중국 내 은행감독기구인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CBIRC)가 홍콩의 금융 허브 기능을 더욱 키우고 중국 금융시장도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강행을 놓고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금융 시장에서 홍콩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와중에 내놓은 방침이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CBIRC는 전날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중국은 규제를 준수하며 홍콩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금융기관에 대해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위상은 약해지지도, 흔들리지도 않는다”며 “홍콩은 금융 중심지로서 더욱 번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CBIRC는 “현재 홍콩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원활히 돌아가고 있다”며 “홍콩달러 페그제(연동환율제도)도 탄탄한 기반을 두고 있고, 이는 국제 시장에서 홍콩에 대한 신뢰도를 보여준다”고 했다.
CBIRC는 이날 기존보다 더 많은 외국계 금융기관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 하고 있거나, 앞으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지점 개설을 위해 예비 신청서를 제출하거나 실사를 벌이고 있는 기업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CBIRC는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홀딩스, 중국건설은행 등 3개사가 합작 자산운용 기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홍콩보안법 도입을 강행하자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끝낸다고 밝혔다. 무역·통상·기술이전·비자발급 등에서 홍콩에 적용한 각종 특별 기준을 없애는게 골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엔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끝내면서 홍콩은 뉴욕, 런던 등과 함께 세계 주요 금융 허브 역할을 하는 역할을 상실하게 됐다"며 "홍콩은 중국 체제 하에선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중국이 홍콩을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면서 홍콩 내 세계 금융기관들이 두 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며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홍콩의 금융 허브 기능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