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은 30년간 '글로벌 식품기업'의 꿈을 꿨다. 1991년 미국 시장에 진출해 두부와 콩나물의 식자재를 팔았다. 하지만 한국 식품으로 교민 사회를 넘어서 흑자 구조를 만드는 건 쉽지 않았다. 올해는 풀무원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그 3대 핵심 제품에는 김치 두부 파스타가 있다. 올 2분기 풀무원 매출은 5651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6% 성장한 147억원이었다. 해외 사업은 2분기에 영업이익 18억원으로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미국과 중국 식품사업이 적자에서 벗어나 수익을 낸 덕이다.
풀무원은 미국 시장에서 두부 시장 1위다. 75%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 내 두부 시장이 매년 7~8%씩 성장하면서 풀무원은 '식물성 단백질' 분야의 우수 기업으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 내 1위인 '나소야'를 인수해 시너지를 낸 게 주효했다. 두부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면서 풀무원의 한국식 짜장면, 데리야키 볶음우동 등의 '아시안 누들' 시리즈도 잘 팔리기 시작했다. 5년 전 500만달러 수준이던 풀무원의 아시안 누들 매출은 지난해 3000만달러까지 커졌다.
요즘 미국 시장에선 풀무원의 수출 전용 김치가 화제다. 자체 개발한 '씨앗 유산균'으로 발효해 배추의 단맛을 끌어올렸다. 설탕은 줄이면서 건강한 단맛을 냈고, 외국인이 싫어하는 '시큼한 냄새'도 잡았다. 해외 생산 거점 대신 전북 익산에 글로벌 김치공장을 세워 '한국산 김치의 맛'은 살렸다. '나소야 김치'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팔리는 풀무원 김치는 월마트 전점과 크로거 등 1만 곳 이상 점포에서 팔린다. 미국 김치시장에서 점유율 40%를 넘어서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선 두부 외에 파스타가 효자 상품이다. 중국은 최근 소득수준이 오르며 서양식을 찾는 2040 세대가 늘고 있다. 풀무원은 중국 내 간편식 형태의 파스타를 만드는 유일한 제조사다. 파스타 면을 삶는 등의 과정 없이 전자레인지 2분 조리만으로 먹을 수 있는 제품. 중국 젊은 소비자들이 편리함을 추구한다는 점을 잘 공략했다는 평가다. 풀무원 중국 법인은 진출 10년 만인 올해 1분기 영업이익 7억원, 2분기 33억원 등 두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식품 소비가 증가하면서 올 연말까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