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흉기를 소지한 채 새마을금고에 들어가 강도 행각을 벌인 40대 남성이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받았다. 당시 남성의 강도 행각은 미수에 그쳤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허경호 부장판사)는 특수강도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43)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2월31일 오후 1시17분께 서울 도봉구 소재 새마을금고에 들어가 은행 창구 직원을 흉기로 위협해 돈을 뺏으려 한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직원이 비상벨을 누르는 사이 은행 안에 있던 다른 남성 고객이 의자를 들어 A 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A 씨가 그대로 달아나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재판부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A 씨의 진술을 인정해 판결에 참작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한 진술의 내용 등을 종합해보면 조현병에 따른 망상 및 환청에 의해 이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을 인정해 형을 감경한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2006년 이미 병원에서 정신불열증(조현병의 개명 정 명칭) 진단을 받아 치료를 시작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누군가 끊임없이 나를 조종하고 잠을 재우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고, 2017년에는 이 같은 증상이 악화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은행으로 가라. 은행의 돈이 모두 네 돈이다'와 같은 환청에 이끌려 범행을 결심하고 실행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는 범행 전 피고인이 치료를 위한 약물을 줄여서 복용했으면 증세 악화로 의사 결정 능력 등이 저하됐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놨다"면서 "피고인이 처방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해 법률에 따라 감형 했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