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자동차 개발 프로세스 가동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부품을 일일이 조립해가며 자동차를 개발했지만 앞으로는 VR에서 직관적으로 설계할 수 있어 개발 기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7일 경기 화성 남양기술연구소에서 VR을 활용한 디자인 품평장과 설계 검증 시스템을 공개했다. 세계 최대 규모인 VR 디자인 품평장은 현대·기아차가 150억원을 투자해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VR 헤드셋을 끼면 개발 중인 차량이 실물처럼 눈앞에 나타난다. 차량 부품과 재질, 색깔 등을 바꿔가며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다. 차 안으로 들어가 인테리어를 둘러볼 수도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은 매달 이곳에 모여 품평회를 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유럽과 미국, 중국, 인도 등 해외 디자이너들이 동시에 차량을 디자인하고 평가하는 원격 평가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디자인과 설계뿐 아니라 생산·조립라인 설계에도 VR을 도입할 예정이다. 모든 연구개발 과정에 VR 개발 프로세스가 도입되면 신차 개발 기간은 20%, 비용은 연 15% 축소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는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와 고객 요구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품질과 수익성을 높여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화성=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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