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 지지자 수천 명이 16일 선거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며 국회에 무단 난입해 시위를 했다. 이 여파로 국회 본회의장이 있는 본관 출입이 통제되는 등 극심한 혼란이 벌어졌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11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선거법 저지 규탄 대회’를 열었다. 집회가 시작되자 한국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 ‘2대 악법 날치기 반대’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본관 앞으로 몰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본관 계단 앞에서 먼저 농성을 벌이고 있던 우리공화당 지지자가 합류해 시위 대열이 급속도로 불어났다. 경찰은 이날 집회 참가 인원을 6000여 명, 한국당은 1만여 명으로 추산했다. 국회 경내에서 대규모 불법 점거 농성이 벌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경찰은 당초 이들의 국회 경내 진입을 막았으나, 한국당이 국회사무처에 협조를 얻어 통과를 허용해줬다.
집회에서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정미경 한국당 최고위원이 “500조원 이상의 우리 세금을 날치기한 자가 누구냐”고 묻자 지지자들은 “문희상”이라고 답했다. 이어 한목소리로 “문희상 국회의장은 사퇴하라”고 외쳤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여러분의 분노가 국회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애국 시민 여러분을 보니 우리가 이겼다. 이 정부의 굴복을 받아낼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본관 출입문을 통해 진입을 시도하자 국회사무처는 이날 낮 12시부터 ‘출입 제한 조치’를 내리고 본관 및 국회 외곽 출입구를 전면 봉쇄했다. 이에 집회 참가자들은 본관 정문과 후문 등지에 진을 치고 앉아 호루라기 등을 불며 함성을 질렀다. 경찰은 본관을 비롯한 국회 주변에 경찰과 버스를 배치했다. 그 결과 일대 교통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경찰의 잇단 해산 요구에도 집회를 이어가던 200여 명은 8시간 만인 오후 7시 넘어 황 대표가 직접 본관 앞으로 나와 “집으로 돌아갑시다”라고 말하자 해산했다.
시간이 갈수록 시위가 격해지자 이를 두고 한국당과 국회사무처 간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정상적으로 집회가 진행됐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지만 문 의장이 국회를 봉쇄하면서 오히려 일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문 의장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특정 세력 지지자들이 국회를 유린하다시피 했다”며 “여야 정치인 모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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