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노쇼' 유벤투스 적반하장 "경기 늦은 건 경찰이 에스코트 안해준 탓"

입력 2019-08-01 15:32


'호날두 노쇼' 사태를 초래한 이탈리아 프로축구 구단 유벤투스 측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항의에 "팬들을 무시하고 무책임하고 거만한 행동이라는 항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안드레아 아넬리 유벤투스 회장은 프로연맹 권오갑 총재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단 한 선수를 제외하고 모든 선수가 경기에 나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호날두의 경우 중국 난징 경기를 뛴 후 서울에서 경기를 갖기까지 시간 차가 48시간에 불과해 근육에 피로가 쌓였고 의료진의 조언에 따라 의무적으로 쉬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유벤투스의 그 누구도 K-리그, 대한축구협회 또는 아시아축구연맹에 오명을 안겨주길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넬리 부회장은 경기 시작이 1시간가량 지연된 데 대해서도 "유벤투스는 (경기 당일) 오후 4시 30분에 호텔에 도착했고, 휴식을 취하거나 사전 준비 운동을 할 시간도 없었다"면서 "유벤투스 버스에 경찰 에스코트가 제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가 막혀 코치가 거의 2시간가량 오가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일은 우리 경험상 전 세계에서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호날두의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던 국내 팬들의 실망을 뒤로한 채 그는 2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러닝머신 위에서 뛰고 있는 짧은 영상을 올리며 '집에 돌아오니 좋다'(Nice to back home)라는 문구를 써 넣었다.

앞서 프로연맹은 유벤투스가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하나원큐 팀K리그'와의 친선전에서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은 것을 비롯해 여러 가지 계약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것을 질타하는 공문을 29일 발송했다.

유벤투스는 당시 오후 8시로 예정된 킥오프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 당일 킥오프 시간 조율 과정에서 경기 시간을 전·후반 각 40분에 하프타임을 10분으로 줄여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위약금을 내고 경기를 취소하겠다'는 협박에 가까운 제안까지 내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넬리 부회장은 이같은 요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며 국내 팬들을 향한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었다.

한국에서 터져 나오는 비판 목소리에 아랑곳 없이 유벤투스는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 "이번 아시아 투어가 보기 드문 성공이었다"고 자평했다.

한국의 '호날두 노쇼'에 대해 중국 축구 팬들은 일부 댓글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90분을 풀타임 뛴 호날두가 한국에서는 1분도 등장하지 않았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