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은 바이오플라스틱 장려
국내 환경규제 느슨해 성장 더뎌
[ 강현우 기자 ]
SK케미칼이 친환경 소재인 ‘썩는 플라스틱’을 개발해 놓고도 상업 생산을 위한 투자 시기와 규모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유럽 선진국이 규제 강화와 업계 지원을 병행하며 시장을 키우는 데 반해 국내 시장은 협소한 탓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2011년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인 폴리유산(PLA) 개발에 성공했다. PLA는 옥수수·사탕수수 찌꺼기를 발효시킨 유산(乳酸)을 고분자 물질로 결합시킨 플라스틱이다. 60도에서 6개월 내 분해되는 성질을 갖추면 미국과 유럽 등에서 생분해성 국제 인증을 받을 수 있다. SK케미칼은 2020년 상용화한다는 계획에 따라 ‘에코플랜(eco-PLAn·사진)’이라는 상품명도 지어 놨다. 하지만 구체적인 투자 규모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바이오플라스틱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은 2017년 88만t에서 2022년에는 1.5배 늘어난 135만t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금액으로는 최대 30조원 정도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기존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규제하면서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EU는 2021년부터 친환경 원료로 대체가 가능한 플라스틱 식기류, 빨대, 빈 병 유통을 전면 금지할 예정이다.
한국도 지난 4월부터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상이 전국 대형마트 2000여 곳과 165㎡ 이상의 슈퍼마켓 등에 한정돼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유럽과 달리 국내는 바이오플라스틱 시장 전망이 불확실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