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기피' 유승준 "비자발급 거부 위법" 판결에 국론 분열 조짐

입력 2019-07-11 16:15
대법, 병역 기피 유승준 ‘비자 발급 거부’ 위법
‘병역기피’ 유승준 귀국길 열리나
팬들 "대법 '비자발급 거부 위법'" 판결 환영




병역 기피 논란으로 입국 금지된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씨에게 내려진 비자발급 거부가 위법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병역기피 논란이 재점화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유씨가) 공개적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면서도 "입국금지결정이나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적법한지는 실정법과 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총영사관은) 자신에게 주어진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오로지 13년 7개월 전에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했으므로 재량권 불행사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유씨는 지난 2002년 미국 시민권을 얻고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을 면제받아 사회질서를 무너뜨렸다는 취지로 입국금지조치 되고, 2015년 8월에는 재외동포 비자(F-4) 발급까지 거부됐다.

사증 발급 거부에 대해 유씨는 주 L.A. 한국총영사관을 상대로 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그로 인해 입게 될 당사자의 불이익보다는 국가의 이익과 안전을 도모해야 하는 공익적 측면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며 유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 역시 유씨가 "입국금지조치 당시나 그 이후 어떠한 형태로의 법적 쟁송도 제기하지 않다가, 재외동포법상 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이탈한 외국국적동포에게도 체류자격이 부여될 수 있는 연령(38세)에 이른 후에야 비로소 사증발급을 신청하고, 이를 거부당하자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며 유씨 주장의 순수성을 의심했다.

유씨에 대한 판결 이후 여론은 양분됐다. "그만 하면 됐다. 마녀사냥이 심하다"는 옹호론과 "국군 사기가 저하된다"는 반대론이 맞서고 있는 것.

네티즌들은 "싫다고 도망갈땐 언제고 이제와서 입국하려고 하나. 미래는 바꿀수있어도 과거는 못 바꾼다", "국내 오지 않는 것이 기여하는 것"이라는 쪽과 "진정성을 믿는다. 국내 복귀를 지지한다"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유승준의 입국을 반대한다"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지난 8일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전국 성인남녀 501명 조사, 표본오차 95%에서 신뢰수준 ±4.4%p)에 따르면 “유승준의 입국을 불허해야 한다”는 의견이 68.8%였으며 “입국을 허가해야 한다”는 의견은 23.3%였다.

유씨는 과거 국내에서 인기 가수로 활동하던 2002년 1월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병역 기피 여론이 일자 법무부는 2002년 2월 2일 외국이 돼 돌아온 유씨의 입국을 거부해 미국으로 돌려보냈다. 유승준은 “유감스럽다”며 공항에서 발길을 돌렸고 17년간 예비 장인의 장례식 때 외에는 입국하지 못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다시 재판을 받게된 유씨가 17년여 만에 한국 땅을 밟을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