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법·제도 발전에도 기여한 경제학

입력 2019-06-27 17:55
1991년과 1992년 노벨 경제학상은 각각 로널드 코스와 게리 베커에게 돌아갔다. 경제학적 방법론을 통해 법과 제도를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을 규명해낸 공로가 인정됐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대학 법학과에는 최소 한 명 이상의 경제학 전공 교수가 재직하며 법대생들에게 경제학을 강의한다. 하버드대, 예일대, 시카고대 등 미국 명문 대학들은 법학·경제학 공동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렇다면 경제학자들은 법률회사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경제학은 법과 제도의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해온 학문이다. 특정 범죄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범죄행위를 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편익보다 더 큰 비용을 치르도록 법률적 처벌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때 경제학은 적절한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다. 또 징역이나 벌금 등 어떤 처벌의 형태가 해당 범죄 행위를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경제학은 명쾌한 해답을 제공한다. 불법행위 관련 법규나 형사법엔 경제학적 논의를 통해 정해진 내용이 많다.

경제학이 법률 분야에 기여하는 방식은 더 있다. 경제학은 경제 주체 사이의 법률적 분쟁을 해결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을 제공할 수 있다. 인근 공장의 매연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어느 정도의 피해 보상금이 적당한지 결정할 때 경제학이 필요하다. 사고를 당한 유가족에게 지급할 피해 보상금액을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법률 분야에서 경제학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개인에 국한하지 않는다. 기업 역시 산업 규제 및 공정거래 관련 분쟁 시 경제학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어 해당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시장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여타 경쟁 기업들이 해당 기업의 가격 결정으로 인해 경제적 불이익을 받고 있는지 여부를 규명해야 한다.

경제학의 도움 없이는 이런 논의를 하기 어렵다. 오늘날 기업 소송에서 경제학자들이 적극 개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은 기업들은 업무 수행 규칙과 직원이 지켜야 할 복무수칙 등을 사규(社規)로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이런 사규를 개정하거나 새로 설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도움을 청하는 대상도 다름 아닌 경제학이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