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는 대만발 먹거리 바람…'극한 단맛' 흑당 버블티 '불티'

입력 2019-06-14 10:44
수정 2019-06-14 16:08
20~30대 젊은 층 중심으로 인기 높아
대만보다 가격 비싸지만 매장마다 인산인해
대만 카스테라처럼 반짝 인기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20~30대를 중심으로 이른바 '극한 단맛'이라는 별칭이 붙은 흑당 버블티 유행이 거세다. 자극적인 맛에 집중하는 불황형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에서 건너온 프랜차이즈 '타이거 슈가'의 각 매장 앞에는 매일 흑당 버블티를 맛보기 위해 늘어선 줄로 장사진을 이룬다.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첫 매장을 연 이 업체는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국내 진출 3개월 만에 강남, 용산, 명동, 대학로, 부산 등 지점을 6개로 늘렸다. 인기에 비해 매장 수가 많지 않지만 흑당 버블티 원조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흑당 버블티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흑당 버블티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설탕 대신 흑설탕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밀크티와 흑설탕이 섞인 음료의 색깔이 호랑이 무늬 같다고 해서 타이거 슈가라는 이름이 붙었다.

가격은 대만보다 두 배가량 비싸지만 인기도는 현지를 압도한다. 타이거 슈가 강남점 입구에서 만난 대학생 유 모(21)씨는 "주말 같은 경우 30분 넘게 줄을 서야 겨우 살 수 있다"며 "한 번 맛보면 단 맛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중독성이 세다"고 말했다.

타이거 슈가의 한 매장 점원은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며 "흑당 버블티를 맛보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는 손님도 부지기수"라고 상황을 전했다.

타이거 슈가가 큰 인기를 끌자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흑당 열풍에 가세해 관련 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버블티 프랜차이즈 공차는 대만 정통 레시피를 이용한 '브라운슈가 쥬얼리 밀크티', '브라운슈가 치즈폼 스무디' 신메뉴 2종을 지난 3월 출시했다. 흑당 열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4월 중순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이 두 제품만 무려 130만잔을 판매했다.

커피빈은 '블랙슈가펄라떼', '샷블랙슈가펄라떼' 신제품 2종을 출시했고 빽다방도 '블랙펄라떼', '블랙펄카페라떼', '블랙펄밀크티' 등 흑당 관련 신제품을 내놨다. 뿐만 아니라 드롭탑 '블랙슈가 아이스탑', 파스쿠찌 '흑당이달고나빙산', 이디야커피 '흑당 밀크티 빙수' 등 흑당 관련 제품이 봇물을 이룬다.

그중 지난해 12월 문을 연 국내 프랜차이즈 흑화당은 타이거 슈가와 더불어 흑당 열풍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대만 누가 크래커를 히트시킨 '몽샹82'의 세컨드 브랜드인 이 업체는 창업 6개월 만에 매장을 전국 34곳으로 확장했다. 가격은 타이거 슈가보다 100~200원이 저렴하다.

흑당 열풍은 프랜차이즈 업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해태제과 '맛동산 흑당쇼콜라' 삼양식품 '흑당짱구' 등 흑당 열풍은 식품 산업 전방위적으로 퍼지고 있다.

흑당 버블티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강렬한 비주얼이 꼽힌다. 호랑이 무늬를 연상시켜 인스타그램 인증샷으로 자주 사용된다. 타이거 슈가는 매장마다 포토존을 두고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 혜택을 주는 마케팅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때문에 흑당 버블티에 대한 반응은 인스타그램 등 SNS에도 넘쳐난다. 대다수가 '머리가 혼미해질 정도의 극한 단맛'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두 번째는 불황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황일 때 사람들은 강한 자극에 집중하는 현상이 있다"며 "미니스커트도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유행한 것처럼 강한 단 맛에 빠져드는 것 역시 '불황의 심리학'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대만 카스테라가 크게 유행했다가 사라진 사례도 있듯 흑당 열풍도 경기가 좋아지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단 맛은 수명이 짧기 때문에 지금 유행하는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