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긴장' 속 10일 연속 휴일에 들어간 일본 금융권

입력 2019-04-27 07:00

내달 1일 새 일왕 즉위를 앞둔 일본은 27일부터 내달 6일까지 10일 연속 휴일에 들어갑니다. 일본 역사상 최장기 연휴로 꼽힙니다. 30년 넘게 이어진 ‘헤이세이(平成)’시대가 가고 ‘레이와(令和)’시대가 열리는 만큼 일본 사회 내의 기대도 큽니다.

일본 전역이 장기 연휴로 들 뜬 분위기지만 걱정스런 표정인 분야도 있습니다. 바로 금융권입니다. 장기 연휴 기간 동안 일본 은행 점포들이 문을 닫고 주식시장 거래가 정지되는 등 금융시장도 멈추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칫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에 일본 금융계만 대처를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금융권은 연휴 직전까지 주요 고객들에게 장기 연휴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금융관련 리스크를 알리느라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연휴기간 주요 은행들이 휴점에 들어가면서 통상 매달 25일 이후에 집중된 신용카드 이용대금 납부 및 공과금 자동이체 등이 연휴가 끝나는 내달 7일 한꺼번에 처리되기 때문입니다. 자칫 은행계좌에 잔액이 부족할 경우, 대규모 미납 사례가 발생할 수 있어 미리 주의를 환기한 것입니다.

각종 대부금 이용자 중 이달 26일 이후가 상환일일 경우엔 최장 11일분의 납부지연 수수료를 물 수도 있다는 점도 주요 공지사항이었습니다.

또 일본에선 현금사용 비중이 높은 만큼 연휴가 시작되기 전 미리 현금을 확보하라는 안내도 주요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나왔습니다. 현금자동인출기(ATM)를 통해 현금을 찾을 수는 있지만 휴일에 인출시 별도의 수수료가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주요 은행들은 특별 창구를 통해 중소기업의 자금 융통 상담도 진행키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장기연휴에 따른 우려가 가장 큰 곳은 증권가입니다. 중국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발표, 미국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연휴기간 증시에 영향을 줄 굵직한 일정이 적지 않지만 해외 변화에 대처할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다이와증권,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등 일부 증권은 4월30일과 5월2일에 일부 해외 주식 거래 주문을 접수키로 했습니다. 일종의 고육지책입니다. 참고로 일본 증시가 6거래일 이상 연속 휴장하는 것은 33년 만이라고 합니다.

일본 증시가 장기 휴장 후 급락을 경험한 사례가 많았던 점도 증권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습니다. 3일간의 신년 휴장 후 열렸던 올 첫 거래일에도 닛케이255지수는 2.26%하락한 바 있습니다. 다이와증권에 따르면 1985년부터 올 초까지 35번의 장기연휴 중 연휴가 끝난 첫날 닛케이지수 하락률이 2%를 넘은 경우가 전체의 40%에 달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불안 심리를 반영하듯 26일 닛케이225지수는 0.22%하락한 22,258.73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일본 정부는 ‘레이와(令和)’라는 새 연호를 발표하면서 새 연호에 담긴 뜻이 ‘상서롭고 평화(평온)하다’라고 밝혔습니다. ‘레이와(令和)’ 시대 개막과 함께 시작되는 장기 연휴에 일본의 금융시장과 금융관련 산업이 과연 평온하게 휴일을 즐길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