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
[ 윤희은 기자 ]
“한국은 교육도 연구도 비효율적입니다. 관료주의와 성과주의에 찌들어 있죠. 창의성을 갖춘 인재가 나오기 힘듭니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사진)은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ICT 미래인재 포럼 2019’에서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이날 ‘국내 ICT(정보통신기술) 인재 현황 및 육성 방안’을 주제로 강연했다.
권 회장은 먼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를 이끌어나갈 인재를 키울 시스템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중학생은 물론 초등학생에게도 소프트웨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교육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실력을 갖춘 전담 교사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각각 330시간과 212시간의 컴퓨터 교육을 의무화한 영국, 중국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얘기였다.
제도권 교육 시스템의 한계에 봉착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학생들은 입시에 맞춰 수학, 과학, 역사 등 각 과목을 따로 공부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융·복합형 인재’를 키우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암기를 잘 하는 학생이 높은 점수를 받는 평가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학계를 이끄는 연구자들에게도 일침을 가했다. 권 회장은 “국제학술지 논문 발표 횟수를 연구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풍토 탓에 상당수 연구자가 논문을 쓰기 편한 연구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이렇게 나온 논문들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데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공학한림원의 분석 결과 2017년 국내 대학에 투입된 총연구비용은 5조8141억원에 달했다. 대학이 기업들에 기술을 이전하고 받은 수익이 711억원뿐인 것과 대조적이다.
창업을 해본 경험이 없으면서 학생들에게 창업을 부추기는 교수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권 회장은 “전체 교원 창업 비율이 0.9%에 불과할 정도로 ‘창업해본 교수’가 많지 않다”며 “그런 교수가 학생들에게 창업을 가르쳐봤자 이론 교육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초등학교부터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국내 교육 환경에서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학과 기술, 공학, 수학, 인문을 모두 아우르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영역을 넘나드는 ‘장벽 없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회장은 “젊은 학생들은 새로운 것을 원하는 진취적인 인물들인데 교육자는 관습에 빠져 ‘제자리걸음 교육’만 한다”며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근본적인 교육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