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포장하는 중국 "차이나 클럽 아니다"

입력 2019-04-23 15:33
수정 2019-04-23 15:37

중국 정부가 25~2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앞두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진행 상황과 기여, 전망 등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미국 등 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중국이 국제사회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일대일로를 활용해 참여국들에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떠안기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는 것을 의식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23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일대일로 건설 영도소조(태스크포스) 사무처는 전날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비판을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이 보고서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는 평화적 발전과 경제 협력을 위한 것이지 지정학적 또는 군사적 동맹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공동의 발전을 위한 과정이지 배타적인 블록을 조성하거나 ‘차이나 클럽’을 만들기 위한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일대일로는 이데올로기로 국가들을 나누거나 제로섬 게임을 하지 않는다”며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기고 비전을 실행시켜 그 자체로 국제사회의 폭넓은 환영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일대일로가 2013년부터 참여국 간 정책 협력과 인프라 연결, 원활한 무역, 금융 통합, 인적 교류, 산업 협력 등 핵심 영역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중국 정부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아메리카 등 125개 국가 및 29개 국제단체 등과 173건의 일대일로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중국과 일대일로 참가국 간 무역 및 투자 규모는 지난해 1조3000억달러를 기록해 1년 전보다 16.4% 증가했다. 중국 기업들은 일대일로 참여국에 약 900억달러 규모의 직접 투자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일대일로는 평화와 개방, 번영, 녹색 발전, 혁신, 깨끗한 정부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며 “경제적 세계화를 더욱 균형 잡히게 해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 장관도 미국을 겨냥해 “일대일로는 중국이 패권을 추구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경제적 협력의 장”이라며 “참여하지 않을 것이면 비난을 삼가 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일대일로 포럼에 참가하지 않는 것은 자유지만 다른 나라가 참석하는 것을 방해하지는 말라”고 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