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법원, "동아탱커, 채권단에 배 반납할 필요 없다"

입력 2019-04-17 16:12
≪이 기사는 04월17일(16:1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후 채권단과 선박 반환(반선)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여 온 중견 해운사 동아탱커가 일단 선박을 돌려주지 않고 회생절차를 시작하게 됐다.

서울회생법원은 17일 오전 11시를 기준으로 동아탱커가 선박을 운용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 12곳에 대하여 포괄적 금지명령 및 보전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 16일 회생절차를 개시했다. 지난 2일 동아탱커가 회생절차를 신청한 뒤 약 2주 만이다. 지난 해 흑자를 낸 동아탱커가 회생절차를 신청한 뒤로 이 회사는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과 선박의 처리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었다.

나용선계약(BBCHP)은 조세피난처에 해외 SPC를 설립해 배를 건조하고, 이를 다시 용선자(동아탱커)에게 빌려주는 구조로 이뤄진다. 선박 건조 시 대출은 거의 모두 SPC가 국내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동아탱커가 대출자가 되고 산은 수은 등 금융권이 동아탱커의 채권자인 상태다. 또한 금융권은 저당권자로서의 지위에 있다.

채권단은 동아탱커가 회생절차를 신청하자 동아탱커의 선박 12척에 대한 나용선계약(BBCHP) 대출이 기한이익상실(EOD,계약 즉시 종료하고 대출상환) 조건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회사에 선박을 반납(반선)할 것을 요구해왔다. 선박을 돌려받으면 다른 해운사에 배를 매각해 운영하는 것이 채권 회수 및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동아탱커 측은 “선박에 대한 담보권을 갖고 있는 채권단이 배를 돌려받아 다른 해운사에 넘기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회사의 회생은 불가능하다”고 반발했다. 현재 운행 중인 12척의 선박에 대한 채권단의 강제집행이 이뤄질 경우 동아탱커가 사실상 파산 수순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 동아탱커 측의 주장이다.

법원은 일단 동아탱커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선주인 SPC에 대해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려 채권단의 강제집행 혹은 BBCHP 계약 상대방의 변경 등을 금지·제한한 것. 법원 관계자는 “채권단의 요구가 그대로 이뤄질 경우 동아탱커의 회생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라며 “시간을 두고 채권 채무자간 논의를 거쳐 회생절차 개시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법원의 결정에 채권단 측은 일단 경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BBCHP의 경우 해운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더라도 해외 SPC에 대한 담보권 행사를 할 수 있어 채권단 입장에선 안전장치가 있다는 판단에 상당수 선박금융이 이뤄져왔다"며 "법원의 이번 결정이 향후 선박금융에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동아탱커는 총 18척의 선박을 운용중인 부산지역 해운사로 매출액 기준 국적선사 랭킹 20위권 선사다. 지난 2012년 법정관리 상태였던 대한해운 인수전에 참가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매출 1531억원, 영업이익 357억원을 기록했다. 중견 국적선사 중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건 2016년 9월 서래해상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이상은/황정환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