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종명 앵커 하차' 청와대 국민청원 등장…윤지오에 '장자연 리스트' 강요

입력 2019-03-19 13:50
수정 2019-03-19 15:04


MBC 뉴스 앵커가 '장자연 리스트' 목격자로 알려진 배우 윤지오에게 "'장자연 리스트' 거론된 특이한 이름 정치인을 생방송 중 말해야 진실에 빨리 갈 수 있다"라고 추궁한 후 이를 비난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까지 등장했다.

왕종명 앵커의 과욕이 부른 참사는 18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에서 발생했다.

왕 앵커는 "오늘 재판은 재판부의 요구로 출석하신 거냐, 아니면 자발적으로 출석을 하신거냐. 간단하게 말해달라"며 대화의 문을 열었다. 윤지오는 "자발적으로 출석을 했고, (재판이 비공개로 전환됐지만) 원래는 공개 재판이었다"고 말했다.

왕 앵커는 "알려진 대로 전직 조선일보 기자에 대한 성추행 혐의 재판인데, 비공개로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거기 증인으로 나온 사람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이기 때문이냐"고 물었고, 윤지오는 "맞다. 제가 알고는 있는 인물이고, 그분께서 본인의 신변에 대한 염려와 우려가 있었다. 그런 부분은 저도 당연히 동의를 해야하는 부분이었다"고 답했다.

이를 들은 왕 앵커는 "쉽게 말해 그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인물, 하지만 지금까지는 드러나지 않았던 인물이고, 지금 그 분이 누군지 말쓸해 주실 수..."라고 말하며 윤지오에게 손을 뻗으며 질문하는 뉘앙스를 풍겼고, 윤지오는 "말씀해 드리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거절했다.

이날 왕 앵커는 윤지오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를 향해 "재판 후 기자들에게 술자리 추행 현장에 다른 연예인이 있다고 했는데 맞느냐"고 물었고, 윤지오는 "증언자로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양해를 구한 뒤 "그 분께 직접 해명할 수 있는 권리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왕 앵커는 "장자연 씨가 작성한 문건에 방씨 성을 가진 세 명과 이름이 참 특이한 정치인이 있는 걸 봤다고 하는데 공개할 의향이 있느냐"라고 질문했다.

이에 윤지오는 "그럴 수 없다"라고 난색을 표했다.



윤지오는 "실명을 거론하지 않는 것은 그 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피의자가 되고 싶지 않아서다"라면서 "앞으로 장시간 싸움에 대비해야 하는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그 분들(정치인 및 언론인)에게 단 1원도 쓰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 앵커는 "고소당할 순 있겠지만 생방송 중인 뉴스에서 이분들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다. 장자연씨 죽음의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다"면서 재차 추궁했다.

이에 윤지오는 당황한 듯 몇 초간 말을 잇지 못하더니 "(여기서 실명 발설하면)책임져 줄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왕 앵커는 "이 안에서 하는 건 저희가 어떻게든..."이라고 얼버무렸고 윤지오는 "이 안에서 말하는 건 단 몇 분이고 그 후로 제가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많이 따를 것이다"라고 요구를 일축했다.

윤지오는 이어 "경찰 검찰에서 일관되게 증언해 왔다. 앞으로 그 분들이 (장자연 리스트 실체를)밝혀주시는게 맞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방송 이후 앵커의 무리한 진행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MBC 시청자 게시판에는 "왕종명 앵커의 하차를 요구한다", "단독에 눈 먼 언론인", "MBC는 공개사과하라" 요구가 빗발쳤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왕종명 앵커는 하차하라"라는 글이 올라왔다.

특히 국민들을 분노케 한 것은 목격자를 상대로 수사기관이 아닌 언론을 통해 연루자를 말하라고 무책임하게 강요한 행태다. 이는 제보자를 보호하기 보다는 시청률을 생각한 방송사 측의 욕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법무부는 검찰과거사위는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건의한 활동기간 연장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지난 1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고 장자연씨 수사 기간 연장 및 재수사를 청원합니다'라는 국민청원이 엿새 만에 64만명 이상의 추천을 받으면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이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 내지 못하면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를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