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5G 투자로 요금 인상 불가피한데"…고객 눈치보는 통신사

입력 2019-02-28 11:27
5G 상용화 앞두고 통신비 우려 증가
통신사 “투자비용 감안, 통신비 오를 수밖에”
시민단체 “통신 서비스 공공재…인하해야”




이동통신 3사가 5G(5세대 이동통신) 투자와 요금제 인하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5G 투자에 따라 요금 인상이 예측되면서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5G 상용화를 한 달여 앞두고 요금제 인상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업계는 5G 시대 통신 요금이 현재보다 최소 1만원에서 최대 1만5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신사도 5G 시대 요금제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G에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LTE(롱텀에볼루션)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업계에서는 5G 초기 투자비용은 크지 않으나 4~5년 동안 점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5G에 들어가는 총 투자비는 LTE 대비 1.3~1.4배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5G 시대가 오더라도 LTE 설비에 대한 투자도 지속돼야 한다. 5G에 대한 투자 속도가 더딘 만큼 LTE가 서비스의 주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여론은 통신비 인상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소비자들은 LTE와 5G가 서비스 질 측면에서 별 차이가 없는데, 요금만 올리려 한다고 지적한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5G 서비스 시대를 환영하지만 통신비 고통과 부담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며 “통신 이용자의 편익 증대, 통신 공공성 강화,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정부·국회·시민사회 및 소비자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통신사는 5G 요금제를 합리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통신비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에 맞게 세분화된 요금제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올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LTE 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쓸 이용자들은 기가바이트당 5G 요금은 더 저렴해질 수 있도록 대용량 전용 요금제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5G 투자를 해야 하고 4G보다 여러 가지 서비스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정부나 관계기관 에서 기대하는 적정한 요금제를 만들 것”이라며 “4G와 비교해 합리적이고 적절한 수준이 되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5G 단말기 가격이 고객들이 지금까지 구입했던 것보다 최소한 20~30% 인상될 것이고 제조사도 고민 중”이라며 “5G는 대규모 투자가 들어갔고, 고객에게 최적 서비스도 제공해야 해서 (요금제 산정에) 고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요금제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통신사는 아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5G 서비스 요금제를 내놓기 위한 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5G 서비스 질에 따른 차별화된 요금제로 가야한다는 입장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현장에서 “5G에서도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통화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기 때문에 좋은 서비스를 받게 되면 그 서비스에 대한 사용료를 내는 것은 불가피 하고 서비스 질에 따라 연동된 요금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