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노딜 브렉시트' 경보 발령…"기업들 관세·통관 절차 준비하라"

입력 2019-02-19 17:11
다음달 말로 시한 다가오는데
英과 합의 어렵자 최악상황 대비
"노딜 땐 英과 물류이동 즉각 통제"

英 정치권 분열…野 집단 탈당


[ 설지연 기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영국이 아무런 합의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하라고 18일(현지시간) 권고했다. 브렉시트 시한(3월 29일 밤 12시)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브렉시트 이후 관세 부과와 통관 절차 등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 놓이자 EU가 본격적으로 비상사태 대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노딜 브렉시트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중소기업들은 관세 부담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딜 브렉시트 때 적용될 관세와 법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는 영국과 거래하는 기업 능력에 상당 부분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EU 집행위는 “노딜 브렉시트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EU 회원국과 영국 간 물류 이동이 즉각 통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영국과 EU 간에 주고받는 상품 등은 기본적으로 관세 부과 대상이다.

영국은 EU산 제품을 수입할 때 세계무역기구(WTO)의 최혜국대우(MFN)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관세는 품목별로 달라진다. 독일차에는 10%의 관세율이 적용되지만 의약품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부가가치세도 살아나 영국과 EU는 상대방으로부터 물품을 수입할 때 부가세를 내야 한다.

수입과 수출 절차도 당연히 복잡해진다. 지금은 간단한 통관과 검역만으로 양쪽을 오갈 수 있지만 노딜 브렉시트 땐 확인해야 할 서류가 많아지면서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

EU와 영국 정부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사이의 국경 문제에 대한 논의를 재개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이번 주말께 브뤼셀을 찾아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만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재협상은 거부하고 있지만 협상 기간 연장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융커 위원장은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EU 회원국 누구도 3월 29일 마감 시한을 넘겨 브렉시트 회담을 연장해 달라는 영국 요청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U 관계자들은 5월 23~26일 유럽의회 선거가 치러지고 7월 초에 새 의회 임기가 시작되는 일정을 감안할 때 협상이 6월 말을 넘겨선 안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메이 총리가 노딜 브렉시트 공포를 이용해 재협상을 이끌어내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비판도 계속 나오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시한을 1주일 앞두고 열리는 EU 정상회의(3월 21~22일)에서 재협상을 타결짓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전략을 이어가면 정부 내에서 각료들이 반발해 줄사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정치권은 브렉시트가 다가오면서 분열이 극심해지고 있다. 이날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에선 하원의원 7명이 제러미 코빈 당대표의 브렉시트 전략에 불만을 갖고 탈당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