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망 어둡다더니 상승, 왜?
하이닉스, 이틀 만에 10% 올라
외국인 '사자'…삼성전자도 4.5%↑
美선 마이크론테크 큰 폭 반등
2분기부터 업황 개선 전망에 "지금이 기회" 저가매수 몰려
"스마트폰 업황 한계, 기술적 반등…삼성전자 실적 당장 회복 어려워"
[ 최만수/전범진 기자 ]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지만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반도체주 주가는 급등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비관론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반전이라 투자자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에서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매수세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부정적으로 전망하던 JP모간, 도이치뱅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도 2분기 이후를 기대하며 저가 매수할 시점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저가 매수 나선 외국인
SK하이닉스는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700원(2.67%) 오른 6만5300원에 마감했다. 이틀 만에 10.3% 급등했다. 삼성전자도 같은 기간 4.46% 상승했다. 지난 8일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잠정실적 발표 이후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8.5% 급감한 10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 발표했다. 증권사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보다 약 3조원 적었다. 하지만 외국인은 8일 이후 삼성전자를 2142억원어치, SK하이닉스를 2061억원어치 쓸어 담았다. 이 기간 외국인투자자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금액의 63.8%가 두 종목에 집중됐다.
반도체주의 반등은 미국 나스닥시장에서도 나타났다. 나스닥시장에서 반도체 업종의 지표가 되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주가가 이달에만 11.69% 급등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 상승률(4.85%)의 2배 이상을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반도체주 반등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의 선행지표인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신규주문지수가 저점에 근접하고 있다”며 “이르면 2분기부터 업황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JP모간은 삼성전자에 대해 “단기적인 주가 상승 촉매는 부족하지만 우호적인 주주환원책이 주가를 방어할 것”이라며 “2분기부터는 실적과 함께 주가도 반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는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는 반도체 가격 방어를 위한 재고 확보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며 “예상보다 빠를 수 있는 턴어라운드에 대비해 공매도 투자자들이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쇼트커버링’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반도체 수요처가 생기면서 과거에 비해 반도체 사이클 주기가 짧아졌다는 의견도 있다.
스마트폰 업황 악화는 부정적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낙폭이 지나쳤다는 분석도 있다. 최웅필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장은 “SK하이닉스는 지금보다 영업이익이 반으로 준다고 해도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이 6배에 그친다”며 “반도체 업황이 돌아설 시점을 정확하게 예상하긴 어렵지만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관점에서 충분히 사 모을 만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의 상승세는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증권사도 있다. 모건스탠리는 “과도한 재고로 인해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가격 변동성이 당분간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스마트폰 업황 개선에 한계가 명확하다”며 “실적 하향세가 저점을 찍었다는 근거를 확보하기 전까지 보수적 관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UBS도 “올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겠지만 한계가 있다”며 “2020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공급 과잉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만수/전범진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