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유입 상위 1~4위 휩쓸어
美 제외한 글로벌 주식 상품에
투자자들 가장 많은 자금 투입
[ 나수지 기자 ] 지난해 글로벌 펀드시장의 승자는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였다. 자금 유입 상위 1~4위를 모두 패시브펀드가 휩쓸었다. 지역별로는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에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7일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와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공모 펀드시장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순유입된 펀드는 ‘뱅가드 토털 인터내셔널스톡 인덱스’(코드명 VGTSX)였다. 481억달러(약 53조8100억원) 순유입됐다. 이 상품은 미국을 뺀 국가의 주식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지난해 미국 시장이 고평가됐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미국 이외 주식시장으로 자산을 분산하려는 수요가 컸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금 유입 규모 상위 1~4위는 모두 패시브펀드가 휩쓸었다. 두 번째로 많은 자금이 몰린 상품은 ‘뱅가드 토털 스톡 인덱스’(코드명 VTSMX, 350억달러 순유입)였다.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ETF다. 2017년에는 이 펀드에 545억달러가 순유입돼 글로벌 자금 유입 1위에 올랐지만 지난해엔 자금 유입 폭이 줄었다. 미국 대형주를 중심으로 500개 종목에 투자하는 인덱스펀드인 ‘뱅가드 500 인덱스’(319억달러)와 ‘피델리티 500 인덱스’(174억달러)가 뒤를 이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비용으로 투자할 수 있는 패시브펀드가 각광받는 추세”라며 “지난해 한국 펀드 시장에서도 ETF에 자금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펀드 투자자들은 지난해 선진국보다는 신흥국 펀드를 주목했다.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는 ETF인 ‘아이셰어즈 코어 MSCI 이머징’에는 지난해 143억달러가 순유입돼 글로벌 ETF 가운데 일곱 번째로 많은 자금이 들어왔다.
신흥국에 더 많은 자금이 몰리는 현상은 최근 들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신흥국 펀드에는 12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신흥국 증시는 대부분 성과가 부진해 낙폭이 과도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경기가 수축국면으로 진입한 선진시장과 달리 신흥국은 이미 수축국면을 지나고 있어 신흥국을 주목하는 투자자들이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