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G20 광폭 외교'가 돋보인 까닭은…

입력 2018-12-02 18:29
특파원 리포트

美·인도와 '中 견제' 3자 회동
시진핑 만나선 경협 약속 받아
日 언론 "메르켈 역할" 호평

도쿄=김동욱 기자


[ 김동욱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보인 ‘광폭 외교’가 주목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1월30일~12월1일 이틀간 열린 G20 회의 기간에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인도 등의 정상과 잇따라 단독 및 3자 정상회담을 하며 안보 동맹을 굳건히 하고 경제 협력 기반을 다지는 데 힘을 쏟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G20 회의에서 아베 총리의 중재자 역할이 두드러졌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30일 공식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포함한 미국·일본·인도 간 첫 3자 정상회담을 했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중 무역분쟁 완화를 주문하는 한편 북한 비핵화를 위한 제재 유지를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역사상 미·일이 이렇게 가까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아베 총리에게 친근감을 표시했다.

미국·일본·인도 정상은 3자 회담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을 위해 협력하기로 하고 대(對)테러 대응과 사이버 보안 등 현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아시아 정책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당사국이 모여 중국을 견제하는 안보 동맹의 틀을 다진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뿐만 아니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경제 협력을 다짐하는 수완을 보였다. 아베 총리는 “여러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한층 발전시키고 싶다”고 밝혀 시 주석으로부터 “양국 관계가 과거에 비해 좋은 여건에 있으며 경제·무역 분야에서 실용적인 협력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답을 끌어냈다.

또 중·일 정상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체제 발전을 위해 동아시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조기 타결에 협력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안 되는 것이 분명하다”는 뜻도 밝혔다.

아베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북방 영토 문제와 경제·안보 분야 협력을 논의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회장 체포와 관련한 양국 관심사를 협의했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국익 위주의 실리 외교를 펼치면서도 과거 국제회의 때면 미·중 대립을 중재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역할을 대신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미국과는 전통적인 핵심 우방 지위를 공고히 하면서 중국과 긴밀한 협력을 확인했다”며 “미국과 중국 모두에 냉정한 대응을 요구하는 등 단순 중재자 이상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내년 6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의장을 맡는다.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