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 500만원대에서 지지 형성
블록체인 '탈중앙성' 가치는 훼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암호화폐) 폭락장을 촉발한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체인분리) 분쟁이 체인 분할로 마무리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도 500만원대에서 지지선을 형성하는 모습이다.
23일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오전 9시 기준 501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분쟁이 발발하며 비트코인 가격은 400만원대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현재는 500만원 수준에서 지지를 받고 지속해 반등을 꾀하는 모양새다.
비트코인 가격이 안정된 이유는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분쟁이 영향력을 잃은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비트코인캐시는 6개월마다 프로토콜 업그레이드를 위해 기존 체인에서 분리되는 새 체인을 만드는 하드포크 작업을 수행해왔다. 비트코인캐시라는 이름을 유지하면서 계속 새로운 체인으로 변경해온 셈이다.
지난 16일 하드포크에서는 비트코인캐시의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을 개선하자는 ABC 진영과 프로토콜 유지를 주장한 SV 진영이 충돌했다. ABC 진영은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 로저버 비트코인닷컴 대표 등이 참여했고 SV 진영은 스스로를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하는 크레이그 라이트 엔체인 수석연구원이 이끌고 있다.
양 진영은 서로 상대방을 향해 커뮤니티에서 퇴출해야 한다거나 파산시켜야 한다는 발언을 쏟아내며 격하게 대립했고 결국 비트코인캐시는 두 개의 체인으로 쪼개졌다. 해시파워(채굴력)와 노드 수가 앞서는 진영의 블록체인이 차기 비트코인캐시로 선택되고 다른 진영의 블록체인은 도태돼야 하지만 두 체인이 공존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하드포크 일주일이 지났지만 이들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해시파워, 노드 수 모두 앞서는 ABC 진영을 차기 비트코인캐시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ABC 진영은 하드포크 직후 SV 진영에 6개의 블록을 앞서나갔다. 두개의 체인이 동시에 블록을 생성할 때 6개 차이가 발생하면 뒤쳐진 쪽이 앞선 쪽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극도로 낮다.
블록체인 모니터링 업체, 암호화폐 거래소 등에는 ABC 진영의 블록체인이 BCH 이름을 이어가도록 했고 SV 진영의 블록체인에는 BCHSV 또는 BSV라는 명칭을 붙였다. BCH라는 지붕 아래 BCH와 BSV라는 두 살림이 꾸려진 셈이다.
시장은 ABC 진영이 이겼다고 판정했지만 SV 진영이 해시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크레이그는 “해시파워 마라톤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방어 준비를 하고 있으니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자”며 해시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크레이그의 호언장담이 얼마나 유지될지 장담할 순 없다. BSV 가격이 급락하며 네트워크 유지가 어려워진 때문이다. 크라켄, 비트렉스, 폴로닉스 등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BCH 가격은 200달러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BSV는 100달러대에서 지속 하락해 40달러대로 내려갔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은 BSV에 대해 “리플레이 어택 방지용 지갑이 없다”며 “일반적인 리스팅 요구사항도 충족하지 못하기에 위험도가 매우 높은 투자”라는 경고도 남겼다. 리플레이 어택은 한 블록체인 출금 정보로 다른 블록체인에서도 출금이 가능해져 중복 출금이 이뤄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BSV의 안전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의미다.
암호화폐 가격이 낮아진 만큼 채굴 비용도 문제로 떠오른다. 암호화폐 채굴에는 그래픽카드를 이용한 채굴장비나 전용 반도체를 사용한 에이직(ASIC) 장비가 필요하다. BSV를 채굴할 경우 이러한 장비들의 감가상각비, 전력 비용 등이 발생하는데, 업계는 BSV 진영에서 하루 50만 달러(약 5억6500만원)의 손실을 입는다고 추산하고 있다. 채굴한 암호화폐를 팔아도 매일 5억원 넘는 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크레이그의 트위터에는 이와 관련한 BSV 채굴자들의 항의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시장에서 BSV는 크레이그의 몽니로 취급되고 있다. 매일 적자를 감수하며 불안정한 네트워크를 유지해봐야 별다른 영향력을 갖진 못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BSV가 큰 영향력을 확보하지 못해 비트코인캐시의 하드포크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이라며 “다만 이번 사태로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인 ‘탈중앙성’이 훼손됐다”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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