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개정 협상 주도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입력 2018-09-25 06:46
수정 2018-09-25 08:10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개정협상을 지휘한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4일(현지시각) “전생에 내가 무슨 를 졌길래 두 번이나 한·미 FTA 협상을 두 번이나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미국 뉴욕 현지 프레스센터를 방문해 이번 한·미 FTA 재개정 협상에 나선 소감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김 본부장은 “저는 첫 번째도 그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한·미 FTA를 깰 생각을 하고 협상에 임했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FTA 개정 협정과 관련해 “전세계 주요국이 미국의 통상 쓰나미에 휩싸인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체결된 무역협정이 한미FTA라는 것은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본부장은 “전 세계 주요국들이 미국과 치열하게 통상분쟁, 통상쓰나미에 휩싸여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타결되고 선언되는 무역협정이 한미 FTA 개정협상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본다”면서 “또한 한미 FTA 개정협상은 협상 범위를 소규모로 해서 협상개시 3개월만에 신속히 원칙적 합의에 도달하고, 한미 FTA 개정협상의 장기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농축산업계가 농축산물 추가개방이나, 우리 자동차 업계가 우려했던 자동차 부품의 의무사용 등 원산지 강화 등 우리 측 핵심 민감이슈에 대해 레드라인을 관철한 것은 나름 평가받을 수 있는 부분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또 “이번 개정협정 서명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 백인, 중산층 몰락으로 인한 상실감이 없고, 제조업 재건에 나선 미국의 움직임이 잠시 국지적으로 이는 파도가 아니라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지속될 것이라 보고 신속히 대처한 결과”라고도 했다.

김 본부장은 투자자 국가 분쟁 해결(ISDS) 중복제소 방지와 관련해 “투자자가 ISDS 제도를 악용해 소송을 제한하는 요소와, 정부의 정당한 정책 변화를 보호하는 요소를 반영했다”면서 “소송을 제기할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이거나 근거가 약할 경우에 신속하게 소송을 각하, 기각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투자협정에서 유리한 절차만을 가져와서 한미 FTA, ISDS 소송에서 쓸 수 없도록 했다”며 “투자자가 ISDS 청구시 모든 청구원인에 대한 입증 책임을 갖도록 했고, 설립전 투자에 대해서는 사업계획 단계에서 쓴 비용에 대해서는 보상을 안 해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섬유원산지 기준 강화와 관련해 “실-원사-섬유-의류 4단계가 있는데, 이는 실부터 옷까지 모두 한국과 미국에서 생산돼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게 원산지 기준”이라며 “이번 개정협상 결과에서 공급이 부족할 경우 일부 원료품목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아도 예외적으로 원산지로 인정하도록 추진하고 관련 인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기로 합의 봤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향후 절차와 관련해 “국회에 가급적 10월 초 비준 동의안 제출할 계획”이라며 “양국 행정부 차원에서 한미 FTA 개정 협정이 가급적 내년 1월1일까지 발효될 수 있도록 노력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한미 통상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신북방-신남방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해서 불확실한 국제 통상환경에서 우리 통상저변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