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외한 금융결제망 반대"… 獨 메르켈 '트럼프 왕따' 제동

입력 2018-08-23 17:10
수정 2018-11-21 00:00
[ 설지연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가 “미국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면서도 “미국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새로운 결제시스템을 만드는 데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이 “유럽이 미국으로부터 독립적인 결제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일축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22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의 안보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메르켈 총리가 전날 마스 외무장관이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 기고문을 통해 “별도의 유럽통화기금(EMF)이나 독립적인 국제결제 시스템망(SWIFT·스위프트) 처럼 미국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결제 채널을 만들어 유럽의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마스 장관은 미국의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와 이란 제재 복원을 지적하며 “미국이 레드라인을 넘을 때 유럽이 평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외무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국제결제시스템망인 스위프트에서 이란을 배제해 이란의 국제 금융거래를 막고자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의도에 반하는 것이라 미국으로선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메르켈 총리는 이와 관련, “독일이 이란과의 거래에서 문제가 생긴 것은 맞다”면서도 “테러범 자금 조달에서 스위프트 등이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체제가 테러와의 전쟁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미국과 안보 협력을 강조했다.

폴리티코 등 외신은 “메르켈 총리와 마스 장관의 이견은 트럼프 대통령의 범대서양 전략에 대해 유럽 지도자들이 일관적인 접근법을 갖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