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조원어치 차 팔아 놓고...화재에 속수무책인 BMW

입력 2018-08-10 16:39
수정 2018-08-10 16:40


(김익환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BMW는 1995년 1월28일 한국 법인인 BMW코리아를 세웁니다. 당시 연간 수입차 판매량이 2700대에 그쳤던 시절입니다. 세계 5~6위 수준인 한국 자동차 시장에 걸맞지 않게 수입차 시장은 좁았습니다. 하지만 바꿔보면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폭발적이라고 보고 법인을 세웁니다.

BMW 예측은 적중했습니다. 이 회사는 출범 첫해인 1995년 매출이 고작 6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3조6336억원으로 출범 당시와 비교해 600배가량 늘었습니다. 2000년 매출 1087억원을 올리며 처음 매출 1000억원대를 돌파했고, 2010년에는 매출 1조945억원을 올려 ‘1조 클럽’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2015년 경쟁업체가 늘어나면서 사상 처음 매출이 꺾이기도 했지만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다시 성장 가도를 달리며 매출 3조원을 돌파했습니다. BMW코리아가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올린 매출은 총 22조5198억원입니다. BMW 독일본사에서 차량을 수입해 국내에 판매해 올린 금액입니다.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올린 영업이익은 6664억원입니다. 매출은 높지만 영업이익률은 고작 2.95%에 불과합니다. 독일 본사에서 차량을 들여오면서 지급한 차량구입비용을 비롯한 매출원가가 높기 때문입니다.

BMW코리아의 1995~2017년 매출원가는 총 20조1252억원입니다. 매출(22조5198억원)의 89.36%를 매출원가로 지출한 것입니다. 매출원가 명목의 금액 상당수를 BMW 독일본사(BMW AG)로 송급했습니다. 그 금액이 줄잡아 18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BMW가 실속 없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매출원가를 부풀렸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회사는 부인하지만 이익을 줄여 국내에서 지급하는 세금을 줄이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BMW가 국내에서 승승장구하면서 BMW코리아의 김효준 회장은 막대한 부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1995년 BMW코리아 상무이사를 시작으로 2000년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20조원어치의 매출을 올리고 그만큼의 차량도 팔았지만 국내 차주들에 대한 서비스와 사후관리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올 들어 BMW 차량은 총 36대(미니 브랜드 화재 2건 포함)에서 불이났지만 회사는 속수무책입니다. 리콜(결함 시정) 대상이 아닌 차량도 불이 나면서 소비자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BMW 대응은 확산되는 불안을 해소하기에 더디고 굼뜨기만 합니다. “차팔고 돈만 벌면 그만이냐”는 비판이 거세지는 이유기도 합니다.(끝) /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