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차이나 포비아'
26개 산업 기술격차 0.7년뿐
韓기업 규제·고비용에 묶인 새
中기업 정부 지원 업고 급성장
[ 양준영/고경봉 기자 ]
중국 스마트폰 1위 업체인 화웨이의 리처드 위 소비자부문 대표는 지난 3일 “이르면 내년 4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를 꺾고 세계 정상에 오르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화웨이는 올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누르고 삼성전자를 바짝 따라붙었다. 달라진 화웨이의 위상 때문인지 위 대표 발언은 허풍이 아니라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졌다.
국내 산업계에 ‘차이나 포비아(중국 공포증)’가 확산하고 있다. 주요 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들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전통산업에 이어 디스플레이 배터리 스마트폰 등 첨단산업까지 중국의 추월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이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는 배경에 중국 기업의 약진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기업들은 거대 내수시장과 자본력,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한국 기업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력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2017년 산업기술수준 조사’를 보면 바이오, 인공지능(AI), 시스템반도체 등 26개 분야 기술에서 한국과 중국의 격차는 평균 0.7년으로 좁혀졌다. 반면 한국 기업의 성장엔진은 식어가고 있다. 6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기업의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5.9% 감소해 4개월 연속 위축됐다. 산업생산도 0.7% 줄었다. 전 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7개월 만의 최저치인 75로 떨어졌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제조업은 곧 수출산업이고 수출산업은 대기업이 주축이라는 인식 때문에 제조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부정적”이라며 “제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정책기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고용 유연성이 오히려 한국보다 더 높다”며 “노동개혁을 통해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준영/고경봉 기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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