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댐 사고에 3000여명이 SOS… 문 대통령 "긴급구호대 파견"

입력 2018-07-25 17:36
수정 2018-10-23 00:01
SK건설, 댐 붕괴보다 '유실'에 무게
서부발전 “사고 나흘 전 균열 발견”
최소 70명 사망·200여명 실종


[ 김채연/김형규/양길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SK건설이 라오스에서 시공 중인 대형 수력발전소 보조댐의 유실 사고와 관련해 “긴급구호대를 파견하는 등 정부 차원의 강력한 구호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 기업이 댐 건설에 참여한 만큼 우리 정부도 지체 없이 현지 구호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정부는 이날 오전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련 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26일 우선 선발대 7명을 현지에 파견하기로 했다.

라오스 댐 붕괴로 인한 전체 피해 규모는 아직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았다. 현지 매체인 비엔티안타임스는 아타프주 주지사의 말을 인용해 25일 오후 현재 19명이 사망한 채 발견됐고, 3000여 명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백 명의 실종자를 찾는 과정에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7개 마을이 침수됐고 1층짜리 낮은 집들은 흙탕물에 잠겼다. 지금까지 구조된 인원은 2851명이다. 베트남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는 베트남 재난대응수색구조위원회를 인용해 최소 70명이 목숨을 잃고 200명 이상이 실종됐다고 전했다. 현지 한국인의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SK건설은 사고 이틀 전인 지난 22일 공사 중인 댐 유실을 확인했지만 복구작업에 실패하면서 대형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SK건설에 따르면 현지 근로자들은 22일 오후 9시 집중 호우로 보조댐이 유실된 사실을 발견한 뒤 당국에 신고했다. 인력과 장비를 긴급 투입해 보조댐 유실구간에 대한 야간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호우로 댐 접근 도로가 대부분 끊긴 데다 폭우가 이어져 복구에 실패했다.

한편 사고 원인에 대한 SK건설 해명이 바뀌어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SK건설은 ‘댐이 붕괴(collapse)했다’는 현지 보도와 달리 “보조댐 하나가 범람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다 25일 새벽엔 보도 자료를 내 “보조댐의 200m 상부가 유실됐다”고 설명을 바꿨다.

댐이 유실된 것으로 결론 난다면 합작법인(PNPC)이 책임을 나눠 진다. 시공·설계 문제가 아니라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여서다. 합작법인 지분은 SK건설이 26%로 가장 많고 한국서부발전과 태국 RATCH가 각각 25%, 라오스 LHSE가 24%를 보유하고 있다.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은 이날 국회에서 “제3자 책임보험과 건설보험공사에 가입된 만큼 건설사, 보험사와 보상 규모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실 설계와 시공으로 댐이 균열돼 무너졌다면 SK건설의 피해 보상 등 비용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로 SK건설의 해외 사업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채연/김형규/양길성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