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노밀' 알고도 쉬쉬…"큰일 날 뻔했다"

입력 2018-07-04 13:57
수정 2018-07-04 15:13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미탑재 알고도 승객들에 사전 고지 안해
국토부 "처벌 규정 없다…항공사 자체적으로 해결할 일" 사실상 손 놔

아시아나항공이 비행기에 기내식이 제때 실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에 이 사실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안전'의 개념으로 기내식에 접근하고 있는 외국 항공사들과 달리 국내에선 이를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어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 사태가 나흘째인 4일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도 기내식을 아예 싣지 못하는 '노밀(No meal)'로 운항하거나 지연 탑재돼 승객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여객기가 수십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일 기내식을 제때 싣지 못해 총 80편의 항공기 중 53편 항공기의 출발이 지연됐다. 이틀째인 2일에도 지연된 항공기가 11편에 달했다. 6편은 아예 기내식이 없는 상태로 운항됐다. 전날에도 43편의 항공기가 '노밀'로 운항됐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대란' 사태를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편 취소를 우려해 승객들에게 사전 고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당 항공기의 승객들은 지연 탑승과 관련해 아무런 정보도 듣지 못한 상태에서 4~5시간씩 대기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캐빈 승무원 A씨는 "승객들이 탑승하기 전까지 기내식 미탑재로 인해 운항이 지연된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는 지침을 받았다"며 "승객들이 여객기에 탑승하고 나서야 기내식 관련 사실을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팀장급 이하 일부 캐빈 승무원들은 '기내식 대란'이 발생한 지난 1일 탑승 직전까지도 이같은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시아나항공의 또 다른 캐빈 승무원 B씨는 "현재까지 회사에서 기내식과 관련해 어떻게 조치하라는 아무런 공지사항도 띄우지 않고 있다"며 "첫날이 돼서야 카카오톡(모바일메신저)으로 전달 받았다"고 말했다.

국내 항공법상 기내식 미탑재의 경우 사전고지 대상이 아니다. 서비스로 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사태의 경우 항공사 자체 매뉴얼로 해결해야 할 사항"이라며 "처벌할 관련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 항공사의 경우 '국제여객운송약관' 및 국토부의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 등에 따라 사전 고지를 하는데 기내식은 대상이 아니다. 반면 외국 항공사의 경우 자체 매뉴얼에 따라 승객들에 안내하고 있다. 네덜란드 KLM 항공사 경우 기내식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발권시 혹은 통신상으로 안내하도록 돼 있다.

국내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자체 매뉴얼에 따라 기내식 필수 탑재 항공기의 경우 '노밀' 사태가 발생하면 항공기를 띄우지 않고 승객들에 사전 고지토록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노밀'로 운항한 항공기 승객들 중 비즈니스 좌석 고객에겐 50달러, 이코노미 좌석 고객에겐 30달러어치의 기내 면세품이나 항공권 등을 살 수 있는 상품권(TCV·고객우대증서)을 제공하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어린이나 노약자, 혹은 당뇨병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이 기내식과 관련해 사전에 고지 받지 못 한채로 비행기에 탑승했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이라며 "외국 처럼 기내식을 안전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승객들이 타기 전까지 기내식을 충분히 탑재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고지하지 않은 것"이라며 "비행기표 해약사태가 우려돼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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