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국민이 한국당 탄핵"… 초선 5명 "중진들 정계 떠나라"

입력 2018-06-15 18:13
반성·성찰·쇄신주문 쏟아진 한국당 비상 의총

김성태 "해체 뒤 다시 시작해야"
"구태청산·기득권 해체 안하면
보수는 더이상 설 자리 없다"

김무성 "2020년 총선 불출마"
"한국당, 변화 못 따라가 몰락
새로운 보수정당 재건해야"

목소리 높이는 초선 의원들
"지난 10년 실패에 책임 있는
중진들 당 운영에 나서지 마라"


[ 김형호/박종필 기자 ]
6·13 지방선거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참패를 당한 보수 야당이 수습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에 이어 바른미래당 지도부도 15일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했다. 이에 따라 양당은 당분간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을 꾸려가야 하는 상황이다. 보수 야당에서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지만 방법론을 두고는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김무성 “책임과 희생만이 살길”

‘궤멸적 위기’ 상황을 맞은 한국당 내부에서는 본격적인 쇄신 목소리가 분출하기 시작했다. 초선 의원들은 이날 “지난 10년간의 정권 실패에 책임이 있는 중진들은 정계를 은퇴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순례 김성태(비례대표) 성일종 이은권 정종섭 등 한국당 초선 의원 5명은 “보수 정치 실패에 책임있는 중진들은 정계에서 은퇴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한국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중진들도 당 운영 전면에 나서지 말고 국민이 원하는 책임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초선들의 이 같은 요구는 친이명박·친박근혜계의 정계 은퇴와 함께 전당대회 출마를 노리는 비박계 중진들까지 겨냥한 것이다.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당권 경쟁이 불붙을 경우 구친박(친박근혜)계와 반대파들이 또다시 격돌하는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초선 의원은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되면 이번 지방선거를 뛰어넘는 국민적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당 초선 의원 41명은 이날 오후 당 수습 및 쇄신을 위한 의원총회 직후 별도 회동을 하고 당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에서 당 대표를 지내며 비박(비박근혜)계 좌장으로 불렸던 6선의 김무성 의원은 이날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비상 의원총회에서 “새로운 보수정당 재건을 위해서 저부터 내려놓고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한국당은 새로운 가치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몰락했다. 책임과 희생이야말로 보수의 최대 가치라는 점을 잊지 말고 이제 처절한 자기반성과 자기희생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불출마를 계기로 다선 중진의원에 대한 불출마 압박이 한층 거세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당 관계자는 “자신의 총선 불출마를 계기로 각 계파 중진들이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한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김성태 “한국당은 탄핵당했다”

의총에서는 한국당 의원들의 자기반성이 쏟아졌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탄핵당하고, 응징당했다. 적당히 땜질하려고 했지만 국민은 속지 않았다”는 자기반성문을 내놨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 해체를 통한 재건을 제안했다. 그는 “구태 청산과 기득권 해체 없이 자신을 희생하지 않으려는 보수로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며 “한줌도 안 되는 보수당 권력을 두고 아웅다웅하는 추한 모습을 더 이상 국민 앞에 보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여전히 수구·냉전적 사고에 머물러 있다면 국민은 점점 더 우리를 외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일종 의원은 “당에 역동성을 불어넣어야 할 초선 의원으로서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지난 10여 년간 보수정치를 책임졌던 중진들은 이제 그만 은퇴해주십사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의 이날 비상 의원총회에서는 백척간두의 당의 진로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문제를 놓고 ‘조기 전대’ 찬성파와 반대파가 극명하게 갈렸다. 여기에 차기 당권 경쟁이 불붙고 있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이다.

◆바른미래당도 비대위 체제로

바른미래당도 이날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차례로 열고 지도부 줄사퇴를 결정했다. 전날 유승민 공동대표가 물러난 데 이어 이날 박주선 공동대표와 최고위원 6명 전원이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대신 김동철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박 공동대표는 “민주주의는 책임정치”라며 “책임은 단호해야 하고 조건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은 2개월 내 조기 전당대회를 열 예정이다. 하지만 선거 패배 수습 과정에서 한국당과의 ‘빅텐트론’을 통한 범보수 통합 논의가 표면화될 경우 호남계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등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시장 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손학규 전 선거대책위원장, 박 공동대표, 김 원내대표 등과 오찬을 한 뒤 미국으로 출국했다. 유 전 공동대표는 불참했다. 안 전 대표는 “당 지도부에 미안하다”며 “저는 거의 듣기만 했다”고 말했다. 향후 거취와 역할, 지도부에 하고 싶은 말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김형호/박종필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