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불공정한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있다’며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미국이 지난 3월 중국을 WTO에 제소한 데 이어 EU도 동참한 것이다. 일본은 제3자 자격으로라도 미·중 지재권 분쟁 협의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EU는 “기술혁신과 노하우는 지식기반경제를 이루는 토대”라며 “이런 기술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우리 통상당국이 이런 인식을 가졌다면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했어야 할 정도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가해지는 기술이전 강요 등 불공정행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제조공장 건설 승인을 볼모로 한 요구만 해도 그렇다. 공사를 시작한 지난해 8월 이후 이미 수천억원을 투입한 상황에서 OLED 제조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소송을 해볼 테면 해 보라”는 식의 특허권 및 상표권 침해는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들다. 여기에 LG화학, 삼성SDI가 현지 공장을 준공한 직후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데서 보듯 부당한 차별도 부지기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업체에 대한 중국 당국의 가격담합 조사도 그런 점에서 의도가 의심스럽다. 미국 EU와 달리 중국의 시장경제국 지위 부여에 앞장서 찬성했고, 자유무역협정(FTA)까지 맺은 한국이 왜 이런 부당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
한국 정부가 중국의 지재권 침해와 관련한 미국 EU 등의 WTO 제소에 침묵을 지킨다고 해서 중국이 한국 기업을 배려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착각이다. 당당하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사드보복에서처럼 무시당하기 십상이다. 미국에 이어 EU가 중국의 불공정한 기술이전 강요를 WTO에 제소한 것은 국제사회가 중국의 지재권 위협을 더는 용납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국도 동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