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전문委 '공정 공개 안돼' 판정
"중국 등 경쟁국에 기술 유출 우려" 판단
중앙행정심판위도 정보공개 잠정 보류 결정
고용부는 공개 고수…"근로자 건강권 중요"
[ 조재길/백승현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가 삼성전자 화성·평택·기흥·온양사업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에 국가 핵심기술이 포함됐다고 판정해 기술 유출을 걱정해온 삼성전자가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역시 고용노동부가 주장해온 정보공개를 잠정 보류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향후 정보공개를 둘러싼 행정소송 과정에서 삼성이 다소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하지만 고용부는 산업부 판단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건강권도 지켜져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기술 해외 유출 우려”
산업부 산하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전문위원회는 17일 전날에 이어 두 번째 회의를 열었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위원장으로, 반도체 관련 교수들과 국가정보원·산업부 공무원 등 총 13명이 참석해 3시간15분 동안 난상토론을 벌였다. 위원들은 전체 의견을 전제로 “삼성전자의 2009~2017년 보고서가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보호해야 할 국가 핵심기술을 포함하고 있다”고 판정했다. 사실상의 만장일치다.
보고서가 담고 있는 공정명과 공정 배치도, 화학물질 및 상품명, 월별 사용량 등만 봐도 제3자가 핵심기술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는 게 전문위의 판단이다. 특히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고 있는 중국 등의 후발업체들이 정보공개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게 된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분야의 후발주자로선 아주 작은 정보라도 얻으면 상당한 기간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며 “삼성전자 보고서가 공개되면 기술이 곧바로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전문위가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위는 2007~2008년 보고서는 국가 핵심기술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보고서 내용이 30나노 이상의 반도체 기술만 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역시 이날 삼성전자가 청구한 정보공개 행정심판에서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고용부가 행정심판의 본안 결정이 나올 때까지 보고서를 공개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앙행정심판위는 ‘삼성디스플레이 정보공개 행정심판’과 관련해서도 “사안이 중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상정을 잠정 연기했다.
◆고용부는 공개 입장 변화 없어
고용부는 ‘작업환경 보고서에 국가 핵심기술이 포함돼 있다’는 전문위 판단에 대해 “근로자 건강권도 중요하다”는 종전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국가 핵심기술과 함께 근로자들의 건강권도 중요하다”며 “다만 부처 간 소모적인 논란이 계속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고용부는 18일 내부 회의를 열어 삼성전자 보고서와 관련된 현안의 대응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대전고등법원은 지난 2월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에 삼성전자 온양 반도체공장의 2007~2014년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고용부는 이를 근거로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도 보고서를 공개할 수 있도록 지난달 행정지침을 개정했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6일 산업부에 국가 핵심기술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한 데 이어 수원지방법원에 정보공개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조재길/백승현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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