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末6初' 북·미 정상회담
회담 취소·연기론 불식
비핵화 성과 급한 트럼프 "김정은 만나겠다" 못박아
"폼페이오·볼턴 등 강경파, 정상회담 장애 안돼" 과시
김정은도 회담 첫 공식화
남북·북미 정상회담 관련 관영매체 통해 첫 보도
협상으로 제재국면 돌파…정상국 이미지 노린 듯
[ 이미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회담 시점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북·미 회담 취소 또는 연기론도 불식될 전망이다. 워싱턴 외교가는 ‘슈퍼 매파’로 불리는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공식 업무를 시작한 날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못박았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5월 또는 6월 초 개최’ 발언은 지난달 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한국 특사단 방문 당시 “5월 안에 김정은과 만날 의사가 있다”고 밝힌 지 한 달여 만에 나왔다.
그동안 북·미 정보당국은 비밀리에 실무접촉을 해온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전 조율을 거쳐 나온 것으로 보인다. CNN은 지난 7일 미 중앙정보국(CIA)과 북한 정보당국, 북·미 간 ‘뉴욕 채널’이 가동되며 정상회담 준비가 한창 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대북 강경파로 꼽혀온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의 국무장관 발탁과 볼턴 보좌관 임명이 북·미 정상회담의 장애가 될 것이란 우려를 진화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했다. 볼턴 보좌관도 지명 이후 공개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그는 주변 인사들에게 “나는 교통경찰처럼 대통령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승주 전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내 지지율 회복을 위해서라도 북·미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회담을 성사시켜 북한으로부터 비핵화와 관련해 뭔가 진전된 반응을 이끌어낸다면 미국과 해외에서 이를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10일 김정은이 정상회담 관련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같은 날 나왔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영도자 동지는 보고에서 이달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개최되는 북남 수뇌상봉과 회담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당면한 북남 관계 발전 방향과 조미(북·미) 대화 전망을 심도 있게 분석 평가하고 금후 국제관계 방침과 대응 방향을 비롯한 우리 당이 견지해나갈 전략전술적 문제들을 제시하시었다”고 전했다.
북한은 그동안 한 번도 남북한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 회담 개최와 공동보도문 채택 소식을 보도했을 때도 정상회담의 구체적 일정과 장소는 전하지 않았다.
북한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오랜 침묵’을 깬 배경엔 회담에 대한 기대와 초조함이 동시에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도 이번 회담들을 통해 제재 국면을 돌파하고 정상국가 이미지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국제관계 방침과 대응에 대해 언급한 점을 지적하며 “북한이 한반도 내 문제를 주로 다룰 남북 정상회담보다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에 더욱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북한이 회담을 공식화했지만 비핵화에 대한 합의점에 도달할지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은 이란 핵합의보다 훨씬 강도 높은 핵폐기 검증과 사찰을 강조하는 반면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에 따른 동시적 보상을 요구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고수하고 있다. 또 다른 북한 전문가는 “결국 핵심은 양측이 사전 접촉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이행 의지와 진행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느냐에 달려 있다”며 “양측의 협상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긴밀하게 진행 상황을 전달받고 있고 우리 쪽 의견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