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 김정은의 '평양 초청' 배경·전망
'기대' 고유환·양무진
"북한, 올해 남북관계 개선 올인…하반기는 돼야 정상회담 가능"
"평창 이후 한·미 훈련 했을때 북한 도발 안하면 미국 대화파 힘 실려"
'우려' 천영우·신범철
"북한 비핵화 등 변화 없으면 대북정책기조 충실히 유지해야"
"정상회담 뒤 북한 도발땐 미국 군사옵션 명분만 주게될 것"
[ 김채연/이미아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에 공식 초청하면서 국제사회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향한 물꼬를 트고, 한반도 안정을 꾀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지난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남북 대화로 북·미 관계 개선시킬 수도”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11일 한국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북한의 문 대통령 평양 초청에 대해 “북한이 지난해 핵무력 완성에 올인했다면 올해는 남북 관계 개선에 올인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에 대해 미국이 대북 강경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국 내 중간선거를 앞두고 한반도 문제를 최대한 긴장 상태로 끌고 가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지난 10년간 대북 압박 제재를 해왔는데 성과가 없었다”며 “이제는 우리 정부가 북핵 문제에 대해 미국과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되, 안 된다면 먼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관계 개선을 한 뒤 북·미 관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 사회가 북한에 대한 비핵화 목표가 같다면 전략은 수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시기에 대해선 “문 대통령이 국내 여론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국제 사회의 목소리를 듣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올 하반기 정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핵 문제가 이미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라 남북 회담에선 풀 수 없는 문제”라며 “문 대통령이 북한의 회담 제의에 대해 북·미 대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노력을 보여야 (남북 대화도) 가능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열릴 한·미 군사훈련이 끝난 뒤에도 도발을 계속 하지 않는다면 미국 내에서 대화파가 힘을 받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북·미 대화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가 투트랙으로 갈 수도 있는데, 다만 미국과 상호 교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 정부는 평창올림픽 이후 특사 파견 등을 통해 북한의 본심을 확인하고 비핵화에 대한 진전을 보일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며 “또 이 과정에서 한·미 간 긴밀히 협의하면서 끌고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북, 도발 땐 미국에 군사옵션 명분”
그러나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지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6차 핵실험 이후 고강도 제재를 받은 뒤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해 평창올림픽 참가를 매개로 남북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과 비핵화 공조를 하면서도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한 신뢰 조성을 해 나가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비핵화에 대한 성과를 낼 수 없다면 남북 정상회담도 의미가 없다”며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조금이라도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보다 원칙에 충실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김정은이 여동생인 김여정을 특사로 보내면서 연내 남북 정상회담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북한의 시나리오대로 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천 이사장은 “남북 정상회담까지 했는데도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 등 도발을 한다면 외교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잃게 된다”며 “미국에 군사 옵션의 명분을 주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채연/이미아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