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작년부터 시작된 '최저임금 인상 쇼크'
6년7개월만에 최대폭 감소
영세 사업자, 인건비 부담에
선제적으로 고용 축소 나서
일자리 안정자금 효과 미미
올해 고용시장 더 악화될듯
[ 임도원/오형주 기자 ]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고용시장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영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경비원, 빌딩 청소원, 음식점 종업원 등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취약한 직종에서만 지난달 약 6만 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영세업체와 소상공인이 인건비 상승 부담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종업원을 내보낸 결과라는 분석이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현실화하면서 추가 대량 해고 등으로 고용시장 한파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숙박·음식점 취업자 5만 명 감소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17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취업자 4만9000명이 줄었다. 2011년 5월(7만1000명 감소) 이후 6년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숙박 및 음식점 취업자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지난해 6월 이후 줄곧 감소세다. 아파트 경비와 청소업, 콜센터 등이 속하는 사업시설관리 및 서비스업에서는 취업자 9000명이 줄었다. 사업시설관리 및 서비스업 취업자는 지난해 9월까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다 10월부터 감소로 돌아섰다.
도·소매업도 2000명이 줄어 5개월 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해고 가능성이 높은 직군이다. 지난달에는 서울 압구정동 구현대 아파트가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경비원 94명에게 전원 해고를 통보하기도 했다. 반면 공무원 채용 확대로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은 8만1000명(8.3%) 늘었다.
비정규직 근로자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임시근로자는 10만2000명(-2.0%), 일용근로자는 4만9000명(-3.2%)이 줄었다. 반면 상용근로자는 40만1000명(3.1%) 늘었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정부가 이미 작년 하반기 일자리 안정자금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를 지원한다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경제적 약자 계층을 중심으로 올해 고용시장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청년 실업률 9.2% 달해
청년층 고용상황도 악화일로다. 지난달 청년(15~29세) 실업률은 9.2%에 달했다. 12월 기준으로 1999년(10.3%) 이후 19년 만의 최고치다. 취업준비생, 아르바이트생 등을 포함하는 사실상 실업률은 21.6%로 치솟았다.
고용률에서도 전체 평균 고용률은 66.5%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나아졌지만 청년층 고용률은 42%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청년 고용만 악화되는 추세인 셈이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지난해 11월은 공무원 추가채용 시험 원서 접수가 있었고 12월은 지방직 공무원 시험이 있었다”며 “(응시에 나선) 20대와 청년층을 중심으로 기존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생이 실업자로 옮겨온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 시험과 같은 일회성 사안 외에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청년 고용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고용 규모는 그대로인 가운데 높아진 비용 부담 탓에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에 따른 기업 부담이 늘어나면서 그 타격을 청년층이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도원/오형주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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