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동맹과 북핵 공조 시험하는 김정은 신년사

입력 2018-01-01 17:28
수정 2018-01-02 07:27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대남(對南) 유화책과 대미(對美) 협박을 담은 신년사를 어제 내놨다. 김정은은 육성 연설로 “남조선에서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는 민족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이고 성공적 개최를 바란다”며 “(평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고,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접촉 내왕의 길을 열어놓겠다”고도 했다. 액면대로라면 당장에라도 평창올림픽 참가와 대화의 물꼬가 트일 듯한 언급이다.

하지만 ‘평창 참가’에 이런저런 조건과 단서를 주렁주렁 달았다. 김정은은 “(남조선 당국은) 모든 핵전쟁 연습을 그만둬야 하며, 미국의 핵장비들과 침략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의 행위들을 걷어치워야 한다”고 못 박았다. 미국을 향해서는 “미국 본토 전역이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는 것은 결코 위협이 아니라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우리 민족끼리’를 여러차례 강조했다.

김정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남한에는 대화를 빌미로 한·미 훈련 중단, 전략자산 철수 등을 요구하고, 미국에는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핵무력 완성’, ‘책상 위의 핵단추’ 등 협박 표현수위를 더 높였다. “한반도 운전대는 내가 잡고 있다”는 노골적인 선언이나 다름없다.

북한은 달라진 게 없다.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온 핵·미사일 도발은 쏙 빼놓고, 방어훈련에 시비를 거는 것도 변함없다. 평창올림픽과 남북대화를 지렛대 삼아, 국제사회 제재로 인한 어려움을 타개해 보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바뀐 것이라고는 대남·대미 전략을 분리한 투 트랙 전술뿐이다.

평창올림픽이 임박할수록 ‘북핵 방정식’은 더욱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청와대는 김정은 신년사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대화만 하면 모든 것이 풀릴 것이라는 대화만능론은 지양해야 한다. 김정은은 지금 한·미 동맹과 북핵공조를 테스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