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1.8 > 미국 18.3%
지난해 유효법인세율 첫 역전
삼성전자 17.6% > 애플 16.7%
현대자동차 19.0% > GM 5.5%
한국, 대기업 세금 감면 축소
미국, 세금혜택 지속 확대 이어
법인세율 35%→20% 추진
[ 좌동욱 기자 ]
매출 기준 한국 10대 기업이 실제로 납부하는 법인세 부담률이 처음으로 미국 10대 기업보다 높아졌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지난 10년간 삼성전자의 부담률도 미국 애플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가 국내 대기업에 대해 세금 공제·감면 혜택을 줄여오는 동안 미국 정부는 기업 경쟁력 향상과 일자리 확대를 위해 세금 혜택을 늘려온 데 따른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5일 발표한 ‘한국과 미국 10대 기업의 유효법인세율 비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대 대기업의 유효법인세율 평균은 21.8%로 미국의 10대 기업 평균(18.3%)보다 3.5%포인트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대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이 미국 대기업을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효법인세율은 기업이 낸 세금을 회계상 세전 이익으로 나눠 산출한 개념이다. 법정세율에서 각종 비과세와 세금 공제·감면액을 제외하고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세금을 의미한다. 실효세율과 비슷하지만 분모를 과세 대상 이익이 아니라 세전 이익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내 10대 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은 2007년 18.1%로 미국 대기업(34.4%)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후 10년간 점진적으로 상승했다. 반면 미국 10대 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한국 대기업의 유효법인세율 차이는 2007년 16.3%포인트에서 2015년 1.4%포인트까지 좁혀졌으며 지난해 역전됐다.
한국경제연구원 의뢰를 받아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최기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국의 연방법인세율(최고 35%)이 한국 법인세율(최고 22%)보다 월등하게 높은데도 이 같은 역전이 나타난 이유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10대 기업들의 법정세율 대비 유효법인세율은 2007년 98.3%에서 지난해 52.4%로 점진적으로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기업들은 65.8%에서 90%로 높아졌다. 국내 기업들은 법정 세율에 따라 매겨진 법인세를 대부분 납부했지만 미국 기업들은 세금 혜택 등에 힘입어 명목 세율의 절반 정도만 부담하고 있다는 의미다.
동일 업종 기업들을 비교해도 국내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삼성전자의 유효법인세율은 17.6%로 애플(16.7%)보다 높았다. 유효법인세율은 당초 애플이 삼성전자보다 높았지만 2010년 역전되기 시작해 해가 갈수록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자동차의 10년간 유효법인세율도 각각 5.5%와 7.7%에 불과했다. 현대자동차는 19.0%, 기아자동차는 14.2%에 달했다.
최 교수는 “미국 대기업들은 한국과 달리 결손금 소급공제 혜택을 받고 결손금 이월공제도 20년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 세율이 낮다”고 설명했다. 결손금 소급공제는 국내에서는 중소기업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대기업들의 법인세 부담률 차이는 앞으로 더 벌어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0%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파격적인 감세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올 연말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3%포인트 인상할 계획이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국내 대기업들의 법인세 부담도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결코 적지 않다”며 “미국 등 선진국의 정책과 반대로 한국만 법인세를 인상하면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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