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조되는 한반도 위기
외신 보도
"유엔 제재 발빠른 이행…대출 규모도 줄일 것"
트럼프 "매우 대담한 조치"…중국 외교부 "사실과 달라"
[ 베이징=강동균 기자 ]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북한과의 신규 거래를 중단하라고 일선 은행에 통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엄청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외신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지난 18일 일선 은행에 공문을 보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과의 신규 거래를 중단하고 현재의 대출 규모도 줄일 것을 지시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해당 은행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 평판에도 위험이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민은행은 11일에도 안보리 결의에 따라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개인 및 기업과의 금융거래를 중단하라고 각 금융기관에 통보했다. 북한 제재가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중국의 정치·안보문제가 된 만큼 인민은행이 직접 나선 것이라고 로이터는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뉴욕에서 가진 3자 정상회의에서 이 소식을 언급하며 “매우 대담한 조치를 한 데 대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 다소 예상하지 못한 조치였다. 매우 고맙다”고 강조했다.
인민은행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행정명령을 앞두고 미·중 간 사전협의를 거친 뒤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했다.
므누신 장관은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인민은행이 한 조치는 우리와 대화한 결과”라고 확인했다. 인민은행 조치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 18일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이날 북한에 “더 이상 위험한 길로 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의 북(北)이든 남(南)이든, 동북아시아든 세계 다른 지역이든 새로운 핵 국가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에 대한 신규 금융거래 중단과 관련,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루캉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 문제엔 답할 수 없다”며 “내가 알기론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은 그동안 유엔안보리를 통한 제재만 인정해 왔다. 미국 등의 독자적인 제재에 줄곧 반대해온 상황에서 대북 금융거래 차단을 인정하는 것은 외교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