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중국, 앞다퉈 국가적 지원
민관 머리맞대고 미래차 개발 앞당겨
한국, 노조에 막히고 정부는 무관심
세계 각국이 전기자동차 등 미래차를 향한 로드맵을 앞당기는 경쟁에 돌입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화석연료 자동차의 생산 및 판매 중단을 위한 일정표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자동차 연간 생산량의 약 30%(2800만 대)를 차지하는 중국이 현재 규모의 생산설비로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제조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글로벌 자동차산업 판도에 미칠 영향은 엄청날 것이다.
프랑스와 영국도 204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독일에서는 디젤 엔진의 종말 시한 문제가 선거 의제로 등장했다. 미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하원에서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3년 안에 각각 10만 대까지 자율주행차를 운행할 수 있게 하는 ‘자율주행법안’이 통과됐다. 전기차와 결합할 가능성이 높은 자율주행차 개발 주도권을 중국 등에 빼앗기지 않겠다며 공화당과 민주당이 초당적으로 뭉친 결과다.
중국, 유럽, 미국 등에서 미래차를 둘러싼 정치·규제적 환경이 달라지자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움직임 또한 몰라보게 빨라지고 있다. 200여 개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미국 GM은 세계 최초로 완전 자율주행차 대량생산 준비를 끝냈다고 발표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300개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생산하겠다는 ‘e카 로드맵’을 제시했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 유럽, 중국 모두 미래차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자율주행차 개발 지연을 막으려는 의회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고 환영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정부가 규제 입안과정에 기업을 포함시켜 예측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말한다. 중국은 자국 기업에 보조금과 각종 특혜를 퍼붓다시피 한다.
이에 비하면 한국 정부는 자동차산업 육성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오히려 “규제만 있고 전략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부가 전기·자율주행차 보급을 외치지만 비전도 플랜도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툭하면 벌어지는 파업, 통상임금 논란 등도 자동차업계의 갈 길을 막고 있다. 미래차 경쟁에서 밀리면 기업의 미래, 노조의 미래도 없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위기를 맞았다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