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다운사이징, 한 템포 늦춰도 된다

입력 2017-07-23 14:18
박원갑 <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 >


주택 다운사이징은 소유 주택의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집을 팔아 임대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재무설계 관련 연구에서는 생애주기설을 근거로 노년층에 접어들기 전에 주택을 조기 다운사이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젊은 시절에는 주택 자산을 늘리지만 노년에는 충분한 소득이 없어 그동안 모은 금융자산이나 주택을 처분해 소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부동산학 연구에선 실제 주택 다운사이징이 생각보다 늦게 이뤄진다는 분석이 많다. 국내에서 고령화에 따른 주거 면적 감소 현상은 만 79세까지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년퇴직과 경제적 은퇴는 다르다. 소득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집을 빨리 줄이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세상 사는 방식이 그렇듯 주택 다운사이징도 획일화된 답은 없다.

보유한 집의 크기나 자신이 처한 자금 사정에 따라 맞춤형 재설계는 필요하다. 우선 주택 다운사이징의 대상인 대형 아파트는 중대형과 초대형을 구분해야 한다. 전용면적 148㎡ 이상 초대형 아파트나 빌라는 가족 수가 줄어드는 만큼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인구 구조가 1~2인 가구 중심으로 변하면서 초대형 주택에 대한 수요는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 처분하는 것이 좋다. 전용 100~132㎡대는 다르다. 고소득층의 수요가 많은 부유층 단지거나 주변에 중대형 공급이 많지 않다면 서둘러 팔지 않아도 된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중대형 아파트라면 더 매각할 필요가 없다. ‘1+1 재건축’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 규모를 줄일 때 배우자와의 합의도 필수다. 어느 한쪽에서 집 줄이기에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일반적으로 노년층은 젊은이에 비해 생활 공간 중 수납장이나 창고가 더 필요하다. 가구나 살림, 젊은 시절 추억을 간직한 물건 등이 있어서다. 한 조사에서는 2010년 이사한 60세 이상 가구 가운데 주택 규모를 줄인 사람보다 늘린 사람이 더 많았다는 결과도 있다.

한 템포 늦춘다는 생각으로 집 줄이기 계획을 세우자. 불가피하게 부동산 다이어트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는 나이가 많이 들어 거동이 불편해졌을 때다. 세입자와 부딪치며 부동산을 관리하는 것은 젊은 층에도 벅찬 일이다.

또 아파트 다운사이징을 하려면 미련 없이 살던 곳을 떠나는 게 좋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대형에서 소형으로 옮기면 주위에 신경 쓰이는 일이 많이 생길 수 있다. 이사한 사실이 알려지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집안 사정이 갑자기 어려워졌느냐’ ‘남편과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느냐’ 등 각종 질문 공세에 시달릴 수 있다.

박원갑 <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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