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에 이어 중기대출에도 경고음?

입력 2017-06-14 19:16


(김은정 경제부 기자) 부동산 시장 활황과 저금리가 맞물려 폭증한 가계부채로 정부가 연일 부동산 시장에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대출 규제 등 다양한 규제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실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가 부쩍 줄고 중개업소들이 동시에 문을 닫는 등 어수선한 모습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 급증 문제가 채 해결되기도 전에 또 다른 경고음이 나오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중소기업대출 부문에섭니다. 한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라 허투루 듣기도 어렵습니다.

최근 공개된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복수의 금통위원이 중소법인대출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중소기업대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단순히 증가액과 속도에 관한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경제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모습입니다.

한 금통위원은 “그동안 개인사업자대출을 위주로 늘어났던 중소기업대출이 최근에는 중소법인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며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노력 강화, 경기 회복세 확대에 따른 기업의 신용위험 하락 등으로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취급 유인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실제 2000년대 중반에도 가계대출 억제 대책이 시행된 후 중소기업대출이 크게 늘어난 적이 있습니다. 중소법인대출 증가세가 확대되는 게 마냥 나쁜 건 아닙니다. 자금이 좀 더 생산적으로 활용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담보 위주의 은행권 대출 관행이 지속될 수 있는 데다 부동산 임대업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계기업에 대한 관용적 대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가계대출에 대한 건전성 관리가 강화되는 가운데 중소기업대출의 증가 폭이 확대되는데 주목했습니다. 저금리 기조 아래서 특정 부문에 대한 규제 강화가 다른 부문의 대출 압력 증대로 연결된다는 이유에섭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대출이 개인사업자대출을 통해 부동산 시장과 연결될 소지는 없는지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이와 함께 금통위원들이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점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이 어떤 파급 효과를 미칠지를 살펴보자는 취지죠.

한 금통위원은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이 성장, 고용, 물가 등 거시경제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상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정책의 구체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측면의 영향을 세심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새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 등과 병행해 한은도 소비 기반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 과제를 계속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하기도 했답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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