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CEO
야스다 다카오 지음 / 김진연 옮김 / 오씨이오 / 192쪽│1만3000원
[ 양병훈 기자 ]
대부분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불황기에도 성장하는 기업은 있다. 일본의 잡화 종합할인점 돈키호테가 대표적이다. 돈키호테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도 불구하고 창업 이래 27년 연속으로 매출·영업이익 성장세를 지속해왔다. 약 40년 전 작은 가게 하나로 시작한 돈키호테는 지난해 6월 결산 기준(2014년 7월~2015년 6월) 연매출 7조585억원, 영업이익 4035억원에 달하는 거대 소매업체로 성장했다.
돈키호테 창업자 야스다 다카오가 성공의 핵심 요인을 정리해 《돈키호테 CEO》에 담았다. 그가 꼽는 성공의 첫 번째 요인은 ‘싼 가격을 확보하기 위한 유통시장 개척’이다. 야스다는 1978년 ‘도둑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당시 유행하던 잡화 소매할인점을 하나 차렸다. 장사가 잘 안돼 가게가 망할 위기에 처했다. 야스다는 물건을 도매상에서 받지 않기로 했다. 대신 대형 도매업체와 제조업체 창고에서 반품된 제품, B급 제품, 샘플 제품을 헐값에 사들였다. 소비자들은 싼 물건에 환호했다. 가게는 흑자로 반전됐다. 이후 그는 싼 가격을 가게 운영의 첫 번째 원칙으로 삼았다.
소비자가 쇼핑을 즐겁게 여기도록 한 것도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그는 유통업계의 상식과 반대로 물건을 찾기 어렵게, 집기 어렵게, 사기 어렵게 매장을 꾸몄다. 소비자는 보물찾기 하듯 초저가·스폿 상품을 고르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매장 곳곳에 숨겨진 상품을 찾느라 소비자의 매장 체류시간도 늘었다. 미래 세대의 생활패턴을 파악한 것도 주효했다. 당시 늦게까지 영업한다는 편의점이 밤 11시까지였는데 돈키호테는 밤 12시까지 영업했다. 20~30대 젊은 층의 심야 쇼핑 니즈가 있다고 파악했기 때문이다. 심야 쇼핑객은 낮에 오는 사람보다 더 쉽게 물건을 사고 쓰는 돈도 많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성공 요인은 ‘직원이 매장을 직접 운영하게 한 것’이다. 야스다는 상품 구매, 진열, 가격 책정, 판매 등 매장 운영의 전 과정을 직원에게 일임했다. 처음에는 어수선한 상황이 연출됐고 무책임하게 일하는 직원도 있었다. 그러나 시행착오를 넘기자 거짓말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 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물건이 잘 팔릴지 필사적으로 고민했고, 매장 운영 노하우를 스스로 습득했다. 야스다는 “권한이 일하는 당사자에게 있을 때 현장의 영웅들이 탄생한다”며 “상식은 이미 승리한 기업의 논리다. 후발 업체는 상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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