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회학
김미영·김백영 외 지음 / 나남 / 408쪽│2만2000원
[ 이미아 기자 ]
“서울 서울 서울 아름다운 이 거리/서울 서울 서울 그리움이 남는 곳”(조용필 ‘서울 서울 서울’ 중에서)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화려한 유혹 속에서 웃고 있지만/모든 것이 낯설기만 해”(장철웅 ‘서울 이 곳은’ 중에서)
“오늘밤 바라본 저 달이 너무 처량해/너도 나처럼 외로운 텅 빈 가슴 안고 사는구나”(김건모 ‘서울의 달’ 중에서)
서우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 등 사회학자 18명이 각각 서울의 한 단면을 연구한 소논문을 모은 《서울사회학》을 읽다 보면 서울을 노래한 여러 가요가 함께 떠오른다.
‘노래 속 서울’은 때론 찬란한 거리로, 때론 타향에서 삶의 무게를 이고 사는 사람의 괴로움으로, 때론 고독한 사람의 한잔 술 상대로 다가온다. 약 1000만명이 거주하는 세계적인 대도시 서울은 그렇게 개개인에게 무척 다른 존재로 인식된다.
이 책에서 묘사하는 서울의 모습은 그보다 더 적나라하다. 딱딱한 논문체의 베일을 살짝 걷어내면 서울을 바라보는 여러 방향의 도발적 시선이 드러난다. 서울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의 인생과 관련된 통계, 같은 서울이라도 어느 구, 어느 동에 사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평균 수명, 본인의 믿음 여부보단 ‘끼지 않으면 안 될 공동체’ 또는 ‘마음의 안식처’로 여겨지는 종교 등을 다루며 ‘서울 사람의 일생’을 들여다본다. 강남과 강북으로 상징되는 서울의 공간적, 심리적 경계를 논하며 서울 각 지역에 형성돼 있는 독특한 문화 코드도 살펴본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눈에 비친 K팝과 드라마, 성형외과 등 한류에 대해서도 논한다.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서울의 ‘치부’를 더욱 과감하게 드러낸다. 고급 호텔부터 시작해 오로지 섹스를 향한 욕망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만든 러브호텔이란 기이한 공간이 이어지는 숙박문화, 24시간 움직이며 파편화돼 가는 도시인의 삶을 상징하는 편의점, 최근 촛불시위로 뜨겁게 떠올랐지만 사실은 여전히 ‘시민의 모임터’로서 제 역할을 하기엔 모자란 광장을 분석하며 ‘서울에 깃든 욕망’을 파헤친다.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지만, 서울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외인’에 대해서도 다룬다. 서울역을 집으로 삼아 살고 있는 노숙인, ‘코리안 드림’을 안고 ‘초(超)국적 상경(上京)’을 한 조선족, 목숨을 걸고 탈북해 서울에 살고 있지만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자들의 삶을 가감 없이 묘사한다.
저자들은 서울에 대해 갖고 있는 일반 독자의 각종 고정관념을 타파시키려 노력한다. 1960년엔 160만명가량에 불과했던 서울 인구는 이후 돈을 벌려는 지방 거주자가 몰려들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해 2015년 약 1000만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서울은 더 이상 ‘아이 울음이 활기차게 들리는 도시’가 아니다. 강남이란 명칭은 너무나도 추상적이다. 노숙인과 조선족, 탈북자는 서울에 살아도 도시인으로 인식되지 못한다.
저자들은 각자 다른 주제로 소논문을 실었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하나다. “서울을 알면 한국 사회가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서울을 알아야 한국 사회가 보인다”는 것이다. 서울에 대해 사회학적 측면에서 이처럼 다각도로 조명한 책은 흔치 않다. 서울이란 도시의 특징을 조금이라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라면 꼭 읽어볼 만하다. 기존에 접하기 어려웠던 각종 통계 자료를 한 권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하다.
이 책은 한국사회학회와 서울연구원이 서울에 관한 사회학의 논의를 일반 대중에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공동 기획됐다. 다만 프롤로그에서 “한 권의 단행본을 만들기 위해 각 글의 필자는 자신이 담고 싶은 내용이나 논의 수준을 일정한 길이와 대중적 글쓰기의 틀에 맞추는 제약을 감수했다”고 털어놨듯이 400여 쪽에 너무 많은 내용이 담겨 산만한 느낌을 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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