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중기중앙회에도 고발요청권 주기로
정치권의 전속고발권 폐지 움직임에 맞불
"소송대응력 떨어지는 중소·중견기업 보호"
[ 황정수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거래 혐의에 대한 의무고발요청 기관을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정치권의 ‘공격’에 대한 ‘방어’ 차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유력 대선 주자들과 국회는 공정위가 독점하는 전속고발권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전속고발권 제도는 공정거래 관련 고발권 남용을 막기 위해 공정위 소관 법률과 관계 있는 사건은 공정위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속고발권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자 2014년 1월 공정위는 5개 소관 법률(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표시광고법, 가맹사업법)에 대해 검찰 감사원 조달청 중소기업청이 요청하면 의무적으로 고발하는 ‘의무고발요청제’를 도입해 제도를 보완했다.
주요 대선주자 ‘전면폐지’ 공약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를 주장했다. 앞서 대선 주자들도 △공정위가 검찰 고발에 소극적이라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대상 불공정 거래가 끊이지 않고 있고 △의무고발요청제를 도입했지만 실적이 16건에 그칠 정도로 실효성이 크지 않다며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누구나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 기업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어야 시장의 불공정 행위가 줄어들 것이란 논리다.
대선주자 중 더불어민주당에선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바른정당에선 유승민 의원이 전면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의당에서도 채이배 의원 등이 전면폐지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전면 폐지에 미온적으로 대응해온 자유한국당도 여론을 의식해 폐지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무위는 오는 20일 관련 공청회를 열고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기업 피해 커질 것”
공정위는 전속고발권 폐지의 폐해를 경계하고 있다. 우선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일반 시민단체나 소액주주, 심지어 경쟁사업자까지 ‘묻지마 고발권’을 행사해 기업들이 줄소송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그 피해가 엉뚱하게 중소기업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내 법무팀과 대형 로펌에 자문해 대응할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소송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중견·중소기업의 경영 활동 위축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2013~2015년 공정위에 신고당한 기업(의무고발요청제 도입된 5개 법률 관련) 8097곳 중 대기업 집단 소속 기업은 1273곳(15.7%)이지만 중견·중소기업은 6824곳(84.3%)으로 비중이 압도적으로 컸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전속고발제 전면 폐지 시 고소·고발 증가로 수많은 중소기업이 피신고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 활동 이 위축되고 법률적 대응 능력이 약한 중소사업자 피해가 초래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전속고발권 폐지 대안으로 의무고발요청권 확대를 추진하고 나선 것은 이런 부작용을 선제로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고발요청 권한을 중기중앙회와 대한상의 등 민간 법정 단체에도 부여하는 만큼, 고발 요청 건수는 늘어나겠지만 무차별적인 남발은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대안으로 제시한 의무고발요청권 확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기중앙회와 대한상의는 각각 중소기업 중견기업 사정에 정통하기 때문에 검찰 고발이 꼭 필요한 사건과 아닌 사건을 합리적으로 구분해 고발요청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