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지 기자 ]
"중국과 일본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단호한 '환율조작 발언' 탓에 달러가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등 신흥국 증시는 남몰래 웃음짓고 있다. 외국인의 자금이 계속 유입될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8일 오전 10시22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1147.20원을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경기 부양 기대감에 지난달 2일 1210원까지 치솟았지만 한달 만에 5% 하락했다. 이달 6일에는 3개월 만에 1130원대로 떨어졌다.
보호무역 강화와 반(反)이민 정책 등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달러가 약세로 전환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강달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중국과 일본을 겨냥한 '환율 조작국' 발언 등을 쏟아내면서 달러 약세를 부채질 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기대감이 약화되고 있는 점 또한 달러에 힘을 빼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지표 호조에도 불구하고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압력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다는 점은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달러화 약세, 역으로 원화 강세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달러화가 약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달러화 약세 지지 분위기와 환율조작국 문제 등은 당분간 원화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의 강세 분위기를 연장시킬 것"이라며 "신흥국 경제지표의 개선 흐름 역시 추가 원화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약달러는 국내 주식시장에 호재로 꼽힌다. 외국인의 순매수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가 약세로 전환한 점은 신흥국의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다"며 "원화가 달러화 대비 추세적인 강세를 유지할 때 외국인의 비차익 순매수 물량이 재유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화 강세가 유지되는 한 프로그램 비차익 순매수 물량은 추가적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정부의 금융 규제 완화 기대감도 국내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오바마 행정부가 발효했던 도드-프랭크법을 재검토하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금융규제 완화에 따른 자금은 신흥국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신흥국 증시 내에서도 밸류에이션(주가수준 매력) 및 환차익을 고려해 국내 시장에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여러모로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
김 연구원은 "코스피는 박스권 상단 진입에 따른 부담에도 밸류에이션 이점을 보유 중"이라며 "정보기술(IT), 증권, 화학 중심으로 기업이익이 회복을 보이면서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