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활력은 사회의 맥박, 경제 난국 타개 응원을"
"과감한 투자·고용 창출, 경제인이 앞장서 달라"
황교안 권한대행, 재계에 요청
[ 장창민 / 정지은 / 김순신 기자 ]
경제계가 4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경제계 및 정·관계 등 주요 인사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7년 경제계 신년인사회’를 열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인사말에 앞서 고개를 떨궜다. 그는 “최근 일부 기업이 논란의 중심에 서 경제단체장으로서 머리를 들기 어려울 정도로 송구스럽다”며 “기업들 스스로 다시 신뢰받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으자는 제안도 했다. 그는 “대다수 성실한 기업의 활력은 이 사회의 맥박과 같다”며 “입법· 사법·행정부 모두 올해 경제 난국 타개를 위해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비장한 각오와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가 경제에 근본 변화를 일으켜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다시 이야기하는 성장의 틀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정치인들은 건배사를 통해 ‘경제 도약’을 외치며 화답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예년과 사뭇 달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대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참석했다. 황 권한대행은 “경제인 여러분은 자신감을 갖고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정부에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만 나왔다.
10대 그룹 총수들은 모두 불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는 일찌감치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은 참석하기로 했다가 행사 전날 불참 통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행사 당일 불참 의사를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오지 않았다. 이들 그룹의 전문경영인이 대신 헤드테이블을 메웠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요즘 (특검·탄핵) 정국이 안 좋다 보니까 주요 그룹 총수들이 모두 부담스러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요 그룹 중에선 허진수 GS칼텍스 회장과 손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치인들도 예년보다 적었다. 매년 대선주자급 정치인과 각 정당 대표, 원내대표, 상임위원장 등이 총출동했지만 올해는 유력 정치인이 많지 않았다. 정경유착 논란을 의식해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아예 오지 않기로 했다가 주최 측의 읍소로 추 대표만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대표는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고 다시 재투자를 많이 하는 선순환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등도 이날 행사에 얼굴을 내비쳤다. 전체 참석자 수는 지난해 1300여명에서 올해 1000명 정도로 줄었다.
수차례 건배사와 인사말이 오갔지만 행사 내내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장창민/정지은/김순신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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