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향상·근무환경 개선 '일석이조' 노려
여성 기업금융 전문가도 최대 30%까지 확대
[ 김은정 기자 ]
국민은행이 내년부터 영업점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유연근무제를 통해 직원 생산성 향상과 근무 환경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는 계획이다. 직원별 근무 시간은 줄이면서 은행 영업시간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경쟁 은행에 비해 많은 영업점과 직원 수가 약점으로 꼽혀왔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내년 시행을 목표로 영업점 유연근무제 관련 세부 내용을 짜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이 어린 자녀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 보내고 평소보다 1~2시간 늦게 출근하는 것 등이 가능해진다”며 “대신 영업점 특성상 저녁이나 휴일에 고객이 몰리는 곳은 근무 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연근무제로 직원별 근무 시간은 줄어들지만 업무 집중도는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은 상대적으로 영업점과 직원 수가 많아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내 4대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 직원 수가 지난 9월 말 기준 1만9680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우리은행(1만5015명), KEB하나은행(1만4480명), 신한은행(1만3812명) 등의 순이다. 영업점 수도 국민은행(1118개)이 가장 적은 신한은행(870개)보다 30%가량 많다. 인터넷·모바일 등 비(非)대면 채널이 활성화하면서 영업점을 찾는 사람이 줄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 안팎에선 효율적인 인력 활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 겸 국민은행장(사진)은 평소 임직원에게 “금융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와 만족도를 높이면서도 조직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많은 영업점과 직원 수가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유연근무제를 통해 다른 은행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또 공동영업권(PG: partnership group) 체계를 기업금융과 외환 업무 중심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올초 영업점 체계를 소비자의 실제 생활권에 기반을 둔 소규모 지역본부 중심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기존 1100여개 영업점을 140여개 PG로 단순화했다. 7개 안팎의 영업점을 한 개의 PG로 묶는 식이다. 소(小)최고경영자(CEO) 개념의 PG 책임자는 영업 현장의 권한과 책임을 가진다. 개별 영업점이 모두 갖추기 어려운 기업금융이나 자산관리 등 전문 역량을 공동으로 공유하고 협업하기 위한 취지다.
내년에는 한 개 PG에 적어도 기업금융 전담 점포나 종합금융센터, 복합점포가 하나씩은 있도록 체계를 바꾸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영업점에 배치할 기업금융전담역(RM)을 집중 양성하기로 했다. 특히 한 자릿수인 여성 RM 비율을 20~30%까지 늘릴 방침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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