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태권도 5남매 모두 메달 목에 걸었다

입력 2016-08-21 18:39
금 2·동 3 '효자' 이름값
'맏형' 차동민도 동메달…마지막 올림픽 유종의 미

'맏언니' 오혜리 금메달
2전3기 끝에 올림픽 나서 '만년 2인자' 설움 씻어


[ 최진석 기자 ] 한국 대표팀의 맏언니, 맏형이 해냈다. 오혜리(28·춘천시청·사진)가 지난 20일(한국시간) 태권도 여자 67㎏급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 아비 니아르(프랑스)를 13-12로 꺾고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차동민(30·한국가스공사)은 다음날 남자 80㎏ 초과급 3·4위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동메달을 따냈다. 두 선수가 금·동메달을 추가하면서 태권도 대표팀은 5명 전원이 메달을 목에 거는 기록을 달성했다. 금메달 2개, 동메달 3개로 한국의 ‘10-10(금메달 10개, 10위 내 진입)’ 목표에 큰 공을 세웠다.

◆맏형 차동민, 동메달과 함께 은퇴

태권도 대표팀 맏형 차동민은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8년 만의 정상 탈환에는 실패했지만 값진 동메달이었다. 차동민은 21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경기장3에서 열린 태권도 남자 80㎏ 초과급 동메달결정전에서 드미트리 쇼킨(우즈베키스탄)을 연장 접전 끝에 4-3으로 이겼다.

쇼킨은 세계태권도연맹(WTF) 올림픽 랭킹 세계 1위로 지난해 러시아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대회 87㎏ 초과급 챔피언인 강호다. 두 선수는 3라운드까지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골든포인트제로 치르는 연장에 들어갔다. 차동민은 연장 시작 11초 만에 왼발로 몸통을 차 승부를 결정지었다.

차동민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8년 만에 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남자 태권도 선수로는 처음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차동민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8강에서 탈락했다. 차동민은 동메달을 따낸 뒤 “이제 공부를 하고 싶다. 일단 언어부터 시작하겠다”며 은퇴 의사를 밝혔다.

◆맏언니 오혜리, 2전3기 金사냥

차동민에 하루 앞서 태권도 대표팀의 맏언니 오혜리는 금빛 승전보를 전해왔다. 오혜리는 세 번의 도전 끝에 처음 올림픽에 출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역대 태권도 여자부 최고령 금메달리스트 기록도 새로 썼다.

오혜리는 태권도 여자 67㎏급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 니아르를 13-12로 꺾고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그동안 그를 쫓아다니던 ‘2인자’ 꼬리표도 뗐다. 그는 “염원하던 올림픽 무대를 밟았고 결과가 금메달이라 너무 기쁘다”며 “이제 1인자가 됐으니 두 발 쭉 뻗고 잘 수 있다”고 말했다.

오혜리는 올림픽과 같은 큰 대회를 앞두고 부상에 주저앉아 다른 선수들이 은퇴할 나이가 돼서야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았다. 그는 “올림픽 선발전 등을 앞두고 번번이 다쳐 좌절도 했다. 부상 관리가 京灼杉?rdquo;며 “리우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지난 15년 동안 운동하며 느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고 더 힘든 훈련을 이겨낸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금2, 동3…태권 5남매 모두 메달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태권도 대표팀 ‘5남매’는 모두 메달을 땄다. 역대 최다인 5명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가장 먼저 여자 49㎏급 김소희(22·한국가스공사)가 한국 선수단에 금메달을 안겼고, 오혜리가 태권도 대표팀의 마지막 금메달을 담당했다.

‘태권 3형제’는 모두 투혼의 동메달을 수확했다. 차동민과 함께 남자 58㎏급의 김태훈(22·동아대)과 69㎏급의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이 동메달의 주인공이었다. 당초 노린 ‘대표팀 전원 금메달’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올림픽의 ‘효자 종목’이자 태권도 종주국의 지위에 걸맞은 좋은 성적표를 적어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