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와 합작한 '고려링크' 국영화 나섰다는데…

입력 2015-12-24 07:02
북한 Focus

사업 안정궤도에 진입
수익배분 문제로 갈등
제2 국영 통신사 신설
고려링크 합병 추진


[ 김대훈 기자 ]
북한은 올 상반기부터 이동통신사업의 완전 국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늘면서 사업이 안정궤도에 접어들었고 수익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6월에는 제2의 국영 이동통신사업자를 추가로 선정했다. 유일한 휴대전화 업체인 이집트계 ‘고려링크’와 합병해 북한 국유 기업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고려링크는 2008년 말 이집트 통신사 오라스콤이 4억달러를 투자해 북한과 세운 합작사다. 오라스콤은 파키스탄, 이라크, 방글라데시 등 다른 국제 통신사업자가 진출을 꺼리는 곳을 개척한 아랍지역 4위 통신사다.

북한은 오라스콤을 통해 통신망을 구축하는 대신 고려링크의 세금을 4년간 면제해주고 오라스콤의 지분 75%를 보장해줬다.

북한의 이동통신사업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그러나 오라스콤은 수익 배분 문제로 북한과 갈등을 빚고 있다. 북한에서 거둬들인 수익을 외화로 바꿔 본국으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북한 당국이 공식 환율 적용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오라스콤은 북한 진출 6년 동안 벌어들인 수익금을 이집트로 송금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회계법인 딜로이트가 지난해 말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오라스콤이 북한에서 반출하지 못한 현금 잔액은 5억4800만달러에 달한다.

한 대북 전문가는 “환율은 핑계일 뿐이고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북한이 새로운 국영 통신사업자를 내세워 고려링크와 합병을 추진하는 것도 오라스콤이 가진 고려링크의 지분을 빼앗고 수익을 가로채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 투자자들의 우려에도 전문가들은 북한 통신사업의 미래가 밝다고 평가한다. 인구당 휴대전화 보급대수가 적어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은 중국 등과 연계한 4세대 이동통신망(LTE)을 평양 등에 시범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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