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경영 '찬바람'
조선·철강, 잇단 급여 반납…전직원 무급 순환휴직까지
출장땐 비행기 대신 버스 이용
흑자기업까지 나섰다
삼성전자, 연말 장기휴가 실시
LG, 엘리베이터 운행 축소
[ 김보라/정지은/송종현 기자 ]
주요 대기업이 고강도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내년에도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다. 적자가 예상되는 중공업계는 임금 동결 및 반납, 희망퇴직, 무급 순환휴직 등 파격적인 결단을 속속 내놓고 있다. 사무실 전기와 종이 아끼기, 사내 행사 취소, 출장비 최소화 등 각종 경상비 절감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흑자 업종도 예외는 아니다. 전자업계와 유화업계도 인력 감축, 원가 절감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계에선 ‘마른 수건이라도 쥐어짜자’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적자 늪 조선업계, 부품까지 재활용
찬바람이 가장 세게 부는 곳은 조선·철강 등 중공업계다. 급여를 반납하거나 희망 퇴직하는 등 임원들이 나서서 위기 탈출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올해 10조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조선 3사가 대표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6월 55명이었던 임원 수를 9월까지 46명으로 15% 줄였다. 부장급 직원 300여명은 회사를 떠났다. 임원들은 지난 9월부터 기본급의 10~20%를 반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전 계열사 사장단이 흑자 전환 시까지 급여를 전액 반납하기로 했다. 임원도 최대 50%까지 급여를 반납하고 조선 관련 계열사 부서장도 급여 10%를 내놓는다. 각종 연수프로그램과 행사도 전면 취소했다.
포스코는 연 5000억원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내걸었다. 지난해 4월부터 권오준 회장이 기본급의 30%, 임원들은 자율적으로 임금의 10~20%를 반납해왔다. 올 들어 10월부터 임원 월급 10%를 추가 삭감했다. 3분기 1조원 이상 적자를 낸 삼성엔지니어링은 전 직원 대상 무급 순환 휴직을 시행한다. 12월부터 내년 11월까지 1개월씩이다. 임원들은 휴직 없이 1개월치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다.
현장 근로자들은 종이 한 장까지도 아끼자는 분위기다. 현장 문서는 대부분 전자 문서로 대체됐고, 연말 송년회는 사라지거나 소모임으로 전환됐다. 삼성중공업과 포스코는 사보를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용접봉 하나라도 아껴쓰고, 쓰다 남은 철판도 모아서 재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잘 나가도 불안…10원이라도 아끼자”
흑자 기업도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재무 인사 홍보 등 본사 지원부문 인력을 10%가량 줄이고, 내년 일반 소모성 경비를 절반 가까이 줄일 계획이다. 사업부별 부장급 인력에 대해서도 퇴직을 유도하는 일이 잦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최근 부장급 인력이 상당수 퇴사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 임직원에게 12월25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총 10일간 의무 장기 휴가를 신청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공휴일과 주말을 제외하면 평일 4일에 대한 연차를 소진하도록 주문한 것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지난 9월 직원들에게 야근 최소화 방침을 공지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최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사무실의 조명 조도를 출퇴근, 점심시간 등 근무 외 시간에는 기존 대비 50~70%, 근무시간에는 20%까지 줄이고 있다. 오후 8시부터 오전 7시까지는 일부 엘리베이터 운행도 정지한다. (주)한화는 ‘코스트 텐텐’이라는 슬로건을 내놓고 제조원가 10%, 판매관리비 10% 절감을 목표로 경영혁신 활동을 시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긴축경영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성장 잠재력이 훼손될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제조업체 506개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7.3% 늘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제조업체들이 비용 절감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식으로 이익을 늘렸다”며 “성장 없는 이익은 일시적인 만큼 구조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라/정지은/송종현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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