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디플레이션 우려를 낮추기 위해 통화완화를 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데 디플레 완화를 위한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경제성장”이라고 강조했다. 10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동행한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를 통해서였다. 일각에서 경제를 살리려면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이 총재가 에둘러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다. 그가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올릴 기회를 놓쳐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소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완화는 경기진작 대책으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글로벌은행인 씨티은행의 최근 보고서만 봐도 그렇다. 세계적인 신용팽창이 이제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약 8조달러에 이르는 자금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으로 유입됐지만 상당 부분은 자산가격 상승으로 빨려 들어갔고, 선진국 역시 양적 완화가 대출 증가가 아니라 자산 인플레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신용팽창 국면이 끝나가는 만큼 이제는 ‘투자자금 회수’에 대비해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문제는 통화공급 부족이 아니라, 성장력 자체가 고갈되고 있는 것이다. 1%대의 분기 성장률조차 힘겹다. 정부는 지난 3분기 성장률이 1년 반 만에 처 습막?0%대에서 벗어난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런 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주열 총재 역시 4분기에는 다시 0%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올해 3% 성장은 이미 틀렸다는 얘기다. 민간 경제연구소는 내년에도 3% 성장이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통화공급 확대 기조를 언제까지 계속할 수는 없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연내 인상하지 못할 것이라 하지만, 언젠가는 정상화할 것이다. 금리인상 충격에 대비하려면 무엇보다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좀비기업’ 정리는 과잉 생산능력 정비 등을 통해 경제체질 강화로 이어진다. 이렇게 해야 성장도 되고 일자리도 나올 수 있다. 금융 완화에 목을 매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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