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 양적 완화 중단 이후 예상치 못한 통화정책으로 갑작스런 쇼크가 발생하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98%포인트가량 떨어질 수 있다고 최근 발표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4.0%, 3.9%로 전망하고 있으니 IMF 예상대로라면 3.02%, 2.92%로 추락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조건이 전제된, 최악의 시나리오를 발표한 것 자체가 무책임한 행태라고 본다. 28~29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 완화가 바로 종료될지도 알 수 없거니와, 그렇게 되더라도 기준금리가 점진적으로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다. IMF는 ‘예상치 못한 통화정책으로 갑자기 쇼크가 일어날 가능성도 상당하다(quite possible)’는 전제 하에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국이 재정·통화정책을 추가로 쓸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발을 뺐다.
IMF의 이 전망은 지난 21일 열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의 공동 콘퍼런스에서 발표됐다. 미국의 통화정책 쇼크가 각국 경제성장에 미칠 영향을 토론하기 위한 기초자료 정도라고 해석하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IMF는 한 나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경제전망 수치를 무책임하게 발표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불과 20여일 전에 ‘한국은 수출과 투자 증가 등에 힘입어 올해 3.7%, 내년 4.0%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 바로 IMF였다.
IMF는 이미 권위를 인정받지 못한다. ‘10년도 더 된 낡은 처방전으로 지원받는 나라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IMF의 국제금융안정성 보고서’가 FT에 오류투성이라고 보도돼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IMF가 ‘나는 F학점(I’m F)’의 약자라는 비아냥이 있을까. 경제전망은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영향력을 생각할 때 전제조건들을 제대로 명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괜한 위기론이 나올 수도 있고, 숨은 의도가 있다는 오해만 받게 된다. 국제적 기관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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